가정의 행복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8)

 

 '관료가 나쁘다'는 말은 이른바 '밝고 명랑하고 씩씩하게'라는 말처럼 그야말로 어딘가가 좀 부족한 듯하기도 하고 진부하여 바보같이 느껴져서, 내게는 '관료'라는 족속의 정체는 어떤 것인지, 또한 그것이 어떻게 나쁜 건지 도무지 실감나게 느껴지지 않는다. 논외, 관심 밖, 이런 심정에 가까웠다. 즉, 관료는 목에 힘을 준다, 그것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러나 민중들도 치사하고 더럽고 욕심 많고, 배신도 하며 쓸모 없는 인간들도 많으므로 말하자면 피장파장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오히려 관리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학업에 전념하여 커감에 따라 입신출세, 오로지 육법전서를 달달 외우며 근검절약, 친구한테 구두쇠라는 말을 듣더라도 마이동풍, 조상을 한없이 존경하며 아버지 제삿날은 벌초를 게을리 하지 않고, 대학 졸업장은 금빛액자에 넣어두어 어머니 침실 벽에 걸어놓고, 그야말로 부모님께는 효, 형제에게는 친구처럼 대하지 않으며 친구끼리는 무턱대고 믿지 아니하고, 공직으로 근무해도 그저 자신이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고, 사람을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않고, 웃지도 않으며, 그저 공평, 신사의 귀감, 훌륭해, 훌륭하고 말고, 조금 목에 힘을 줘도 그 정도는 상관없어, 라고 나는 이 사회의 이른바 관리들을 동정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며칠 전, 나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하루종일 침상에 누워 졸면서 라디오라는 것을 들어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십 몇 년간 라디오라는 기계를 자신의 집에 들여놓은 적이 없다. 그저 풍류도 없고 아깝기도 하며, 아무런 재주도 재치도 용기도 없고, 치사하고 뻔뻔하고, 쓸데없이 직직거리며 시끄럽기만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공습이 있었을 때에도 나는 창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고는 옆집 라디오에서 비행기 한 대는 어떻게 됐고, 한 대는 어떻게 됐다는 보고를 듣고서, 일단 괜찮다며 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는 치워버렸다.

아니, 사실 그 라디오라는 기계는 조금 비싸다. 준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 받아도 무방하겠으나, 술과 담배, 그리고 맛있는 간식 이외에는 극단적으로 인색한 내게 있어서 수신기 구입 같은 건 말도 안 되는 낭비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작년 가을, 내가 여느 때처럼 밖에서 이틀 사흘 밤 동안 연달아 마시고 저녁 무렵 집이 무사할까 하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걷지도 못할 정도의 불안감과 공포심과 싸우면서 간신히 집 현관 앞까지 와서는 크게 한 숨을 쉰 후 드르륵 하고 현관문을 열고서,

 "다녀왔습니다!"

 그야말로 밝고 명랑하고 씩씩하게 귀가인사를 할 생각이었으나 비참하게도 항상 목소리가 쉬어있다.

 "어, 아빠 오셨네요."

 라고 7살 짜리 장녀.

 "어머, 아빠, 대체 어디 갔었던 거예요?"

 라며 아기를 안고 그 엄마도 따라나온다.

 갑자기 그럴듯한 거짓말도 떠오르지 않아,

 "여기저기, 여기저기."

 라고 말하고는,

 "다들 밥은 먹었냐?"

 라면서 필사적으로 얼버무리기 위한 질문을 하고는 윗도리를 벗고 방으로 한 발자국 들어서자 옷장 위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

 "이걸, 샀어?"

 나는 외박했다는 약점이 있기에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이건 마사코 거예요."

 라며 일곱 살 짜리 장녀는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엄마랑 같이 키치죠지(吉祥寺)에 가서 사왔어요."

 "그것 참 잘 했구나."

 라고 아버지는 대충 말해놓고서 그 다음에 아이 엄마한테 가서는 작은 목소리로,

 "비쌌지? 얼마 줬는데?"

 천엔 정도였다고 아이 엄마는 대답한다.

 "비싸. 대체 너는 어디서 그렇게 큰돈을 마련했어?"

 아버지는 술과 담배와 맛있는 간식 때문에 항상 돈이 모자라서, 그야말로 여기저기 여기저기에 있는 출판사로부터 큰 빚을 졌기에, 결국 가정은 궁핍하고 아이 엄마 지갑에는 기껏해야 100엔 짜리 지폐 서너 장이라는 것이 전혀 거짓 없는 실상인 것이다.

 "아빠의 하룻밤 술값도 안 되는데 큰돈이라뇨……."

 아이 엄마도 과연 어이가 없는지 웃으면서 변명하기를, 아빠가 집을 비운 사이에 잡지사 분이 원고료를 주셔서, 때는 이때다 싶어 키치죠지에 가서 큰맘먹고 샀어요, 이 수신기가 제일 쌌어요, 마사코도 불쌍하죠, 내년에는 학교에 들어가니까 라디오로 조금 음악교육도 시켜야 해요, 또한 저도 밤늦도록 당신의 귀가를 기다리면서 바느질을 하고 있을 때에 라디오라도 들으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몰라요.

 "밥 먹자."

 이런 경위로 우리 집에도 라디오라는 것이 생겼으나, 나는 여전히 '여기저기, 여기저기'였기에 제대로 들은 일은 거의 없었다. 간혹 내 작품이 방송될 때에도 나는 깜빡 놓치고 만다.

 즉, 한 마디로 말해서 나는 라디오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몸이 아파 누우면서 라디오의 이른바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전부를 들어보았다. 들어보자 이것도 역시 미국사람들의 가르침 덕분인지, 전쟁 전이나 전쟁중의 시시함은 어느 정도 사라지고, 예상외로 꽤나 재미있어, 갑자기 교회 종소리 같은 것이 울리기도 하고, 가야금 소리가 들리거나, 또한 곧바로 외국 고전 명곡 레코드 등, 상당히 여러 모로 신경을 써서 듣는 이로 하여금 싫증이 안 나도록 쉬는 시간이 전혀 없어, 듣다보면 낮이 되고 밤이 되어, 한 페이지도 독서를 못하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밤 8시던가 9시던가에 묘한 것을 들었다.

 가두녹음(街頭錄音)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정부 관리와 이른바 민중이 서로 길거리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민중들은 거의 화가 난 듯한 말투로 그 관리한테 대든다. 그러자 관리는 묘한 웃음소리를 섞어가며, 실로 유치한 관념어 (예컨대 연구중, 옳으신 말씀입니다만 널리 양해를 바라며, 일본재건, 관-민이 힘을 합하여, 그 점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민주주의의 나라에서, 설마 그런 극단적인, 그러므로 정부는 여러분의 협조를 바라며 등등) 같은 말만 하고 있다. 즉, 그 관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마디도 안 하는 것과 같다. 이른바 민중들은 드디어 화가 나서 거친 말투로 관리에게 대든다. 관리는 전보다도 자주 그 징그러운 웃음소리를 내어가며 후안무치(厚顔無恥)의 멍청한 일반론을 쓸데없이 친절하게 되풀이할 뿐이다. 민중 중 하나는 결국 울먹이며 관리에게 항의한다.

 침상에서 그것을 듣고 결국 나도 흥분했다. 만약 저 자리에 있었다면, 그리고 사회자가 의견을 물어보면 분명 이렇게 소리친다.

 "나는 세금을 내지 않을 생각이오. 나는 빚을 내어 살아가오. 저는 술도 마십니다. 담배도 태우지요. 모두 높은 세금이 붙어있어, 그 때문에 제 빚은 더욱 늘어갈 따름이오. 그것도 모자라서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니는 처지라서 세금을 낼 힘이 내게는 없소. 더구나 나는 몸이 약해서 간식이나 주사약이나 약품 때문에 빚도 지고 있소. 나는 지금 매우 어려운 일을 하고 있소. 적어도 당신보다는 어려운 일을 하고 있소. 나 스스로도 거의 미칠 지경으로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소. 술도 담배도, 또한 맛있는 간식도 지금의 일본인에게는 사치다, 집어치워라, 라고 하신다면 일본에 좋은 예술가는 한 사람도 남김없이 사라질 게요. 그것만은 내가 단언할 수 있소. 협박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아까부터 정부가 어떻다는 둥 국가가 어떻다는 둥 그야말로 거창하게 말하고 있으나, 우리들을 자살로 몰아가는 정부나 국가는 얼렁얼렁 사라지는 편이 낫소. 누구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소. 곤란한 건 당신들뿐이오. 그도 그럴 것이 짤리기 때문이지. 수십 년 근속도 수포로 돌아가는 거니까 말이오. 그리고 당신의 처자식이 슬퍼하니까 말이오. 그런데 이쪽은 일 때문에 훨씬 전부터 계속 처자식을 울리고 있소. 좋아서 울리는 게 아니오. 일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거기까지 신경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오. 그런데 당신들은 도대체 뭐요? 징그럽게 웃어가며 '그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라니 무슨 말이 그렇소. 목매다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런가? 보기 싫소. 그 징그러운 웃음은, 집어 치워! 저리 가! 창피한 줄 알아라. 나는 사회당의 우파도 좌파도 아니며 공산당원도 아니오. 예술가라는 사람이오. 기억해 두게나. 불결한 속임수를 무엇보다도 싫어하오. 이봐, 당신은 깔보고 있어. 그런 아무 내용도 없는 말들을 대충 늘어놓고 이른바 민중들을 달래고 납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단 한 마디라도 좋소, 자네 입장의 실상을 말해! 자네 입장의 실상을……."

 지극히 지저분하고 심한 그런 말들이 한없이 연이어 가슴속에서 끓어오르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리 고상하지 못하다고 느껴지면서도 분노가 쌓여가며, 점점 혼자서 흥분하고 막판에는 결국 눈물이 흘러나왔다.

 어차피 안보이니까 하는 말이다. 나는 경제학에 대해서는 깜깜하다. 세금문제 같은 건 아무 것도 모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두녹음의 현장에 있어 조심조심 질문을 했다가 관리의 설명을 듣고는,

 "그런가요? 죄송합니다."

 라는 식의 비참한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그 관리의 징그러운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하는 말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증거다. 속이고 있다는 증거다. 대충 하는 말이라는 증거다. 만약 그 징그러운 웃음의 답변이 관료의 실체라면, 관료라는 건 분명 나쁜 것이다. 너무나도 사람을 우습게 안다. 세상을 너무나도 우습게 안다. 나는 라디오를 들으며 그 관리의 집에 불이라도 질러버리고 싶은 극도의 증오를 느꼈다.

 "이봐! 라디오 좀 꺼주게."

 더 이상 그 관리의 징그러운 웃음을 들어줄 수 없었다. 나는 세금을 내지 않으리라. 저런 관리가 저런 징그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동안에는, 내지 않으리라. 감옥에 갇혀도 좋다. 저런 식으로 사람을 속이는 동안에는 내지 않으리라, 라고 미칠 정도로 흥분하여 그저 억울해서 눈물이 흐르는 것이다.

 하지만 나 또한 정치운동에는 흥미가 없다. 자신의 성격이 거기에 적합하지 않을 뿐더러, 그것에 의해 자신이 위로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없다. 단지 그것은, 자신에게는 답답할 따름이다. 내 시선은 항상 인간의 '집' 쪽으로 향해있다.

 그날 밤, 나는 전날에 의사로부터 받은 진정제를 먹고, 조금 차분해졌을 때 지금 일본의 정치나 경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그 관리의 생활형태에 대해서만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아갔다.

 그 사람이 했던 징그러운 웃음은, 그러나 이른바 민중을 경멸하는 웃음은 아니다. 절대로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과 입장을 지키는 웃음이다. 방어적 웃음이다. 적의 공격을 피하는 웃음이다. 즉, 얼버무리는 웃음인 것이다.

 그리하여 누운 채로 하는 내 공상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그는 그 가두토론을 마치고 숨을 돌리며 땀을 닦아내고는, 갑자기 기분이 언짢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로 돌아간다.

 "어떠셨습니까?"

 부하관료의 질문에 대해 그는 씁쓸하게 웃고는,

 "애 좀 먹었지."

 라고 대답한다.

 토론 현장에 있었던 또 하나의 부하관료는,

 "아뇨, 천만에요. 가두로 일도양단, 속 시원하게 처치하다, 그 수준이던데요."

 라며 아부를 떤다.

 "'가두'란 '괴상한 칼'라고 쓰지?" (일어로 '街頭'와 ''怪刀'는 발음이 비슷하다 - 역자 주)

 라고 그는 역시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지만, 속으로 그리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그것 참, 기본적으로 저런 질문자들과는 머리의 구조가 다릅니다. 아무렴 이쪽은 천군만마(千軍萬馬)의……."

 조금 아부가 지나쳤다는 것을 알아차리고서 부하관료는 재빨리 화제를 돌린다.

 "오늘 녹음은 언제 방송되죠?"

 "몰라."

 알고는 있으나 모른다고 하는 편이 훨씬 더 폼이 난다. 그는 오늘 일을 모두 잊었다는 듯이 천천히 집무를 시작한다.

 "아무튼 기대되는군요."

 부하관료는 여전히 작은 소리로 아부를 한다. 그러나 이 부하관료는 전혀 기대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으며, 실제로 그 방송이 있는 날 밤에는, '카스토리'라는 이상한 술을 이상한 술집에서 마시고는, 마침 가두토론방송 시간에 한창 토해내고 있다. 기대 같은 건 눈곱만큼도 없다.

 기대하고 있는 건 그 관료와 가족들이다.

 드디어 오늘밤은 방송이 있는 날이다. 관리는 그날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퇴근한다. 그리고 가두녹음방송이 시작하기 30분전부터 가족 전부가 긴장하며 수신기 곁으로 모인다.

 "조금 있으면 이 상자에서 아빠 목소리가 들릴 거란다."

 부인은 막내딸을 안고서 가르쳐준다.

 중학교 1학년 사내아이는 정좌를 하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실로 예의바르게 방송이 시작하는 것을 기다린다. 이 아이는 용모도 준수하고 공부도 잘 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

 방송 시작.

 아버지는 태연히 담배를 태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불이 금새 꺼진다. 아버지는 그것도 모르고 또 한 번 빨아들이고는 그대로 손가락 사이에 끼어두고, 자신의 답변에 귀를 기울인다. 자신의 예상보다 녹음상태가 좋다. 일단 됐다. 실수 없음. 관청에서의 평가도 괜찮을 테지. 성공이다. 더구나 이는 국내 전역에 지금 방송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가족 표정을 차례로 훑어본다. 모두 자부심과 만족으로 빛나고 있다.

 가정의 행복. 가정의 평화.

 인생 최고의 영광이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아름다운 모습이긴 하나, 잠깐.

 내 공상의 전개는 그때 문득 중단되어 이상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가정의 행복. 누가 그것을 원치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장난 삼아 하는 말이 아니다. 가정의 행복은 어쩌면 인생 최고의 목표요, 영광이리라. 최후의 승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그는 나로 하여금 억울한 울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누워서 하는 내 공상은 돌변한다.

 문득 다음과 같은 단편소설의 주제가 떠오른 것이다. 이 소설에 더 이상 그 관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본래 그 관리의 신상도 모두 몸이 안 좋아 누워있는 나로부터 나온 것이므로, 실제로 보고 들은 것이 아니라는 건 물론이지만, 다음 단편소설의 주인공 또한 내 상상 속의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건 매우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가령 츠시마 슈지(津島修治)라고 해둔다. 이는 내 호적상의 이름인데, 어설프게 가명을 썼다가 우연히 실제인물과 이름이 비슷하여 폐를 끼치게 되면 괴로우므로, 이런 오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내 호적상의 이름을 제공하는 것이다.

 츠시마가 근무하는 곳은 어디라도 좋다. 이른바 관청이라면 된다. 호적상의 이름이라는 말이 지금 나왔으니, 동사무소 호적담당 직원이라고 해도 좋다. 무엇이라도 좋다. 주제는 이미 되어있으니까, 그 다음은 츠시마의 근무처에 따라 줄거리에 살을 붙여 가면 된다.

 츠시마 슈지는 도쿄 근방에 있는 어느 동네의 동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호적 담당이다. 나이는 서른.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미남은 아니지만 혈색이 좋고, 말하자면 밝은 얼굴이다. 츠시마 씨와 대화를 나누면 힘든 일도 잊게 된다며 배급담당 나이 든 여직원이 말했다고도 한다. 스물 넷에 결혼하여 장녀는 여섯 살, 그 다음에는 사내아이로서 세 살. 가족은 이 두 아이와 처, 그리고 그의 노모(老母)와 그였으며, 모두 다섯 명이다. 이렇게 아무튼 행복한 가정이다. 그는 동사무소에 있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실수를 하지 않은 모범적인 호적담당 직원이고, 부인에게 있어서도 모범적인 남편이며, 또한 나이 든 모친에게 있어서는 효심 지극한 모범적인 아들이었고, 나아가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모범적인 아빠였다. 그는 술도 담배도 안 한다.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부인도 그것을 모두 '야시장'에 팔아 나이 든 모친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산다. 구두쇠라서가 아니다. 남편도 부인도 가정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이 가족은 키타타마군(北多摩郡)에 본적을 두고 있었으나, 타계한 부친이 중학교나 여학교의 교장으로서 여기저기 전근하여, 가족들도 함께 따라다니다가, 아버지가 센다이(仙臺)에 있는 모 중학교 교장이 되고 3년째에 병으로 돌아가셨기에 츠시마는 나이 든 어머니의 고향에 대한 마음을 고려하여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산 대부분을 흔쾌히 처분하고는 현재 무사시노(武藏野)의 일각에 8평, 6평, 4.5평, 3평 짜리 방이 있는 신축 문화주택 같은 것을 사서, 자신은 친척 소개로 미타카쵸 (三鷹町) 동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다행이 전쟁 피해도 당하지 않아 두 아이는 포동포동 살이 쪘고, 노모와 부인의 사이도 좋았으며, 그는 일출과 함께 일어나 우물가에서 얼굴을 씻고는 너무나도 기분이 상쾌하여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치고 태양을 향해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어머니와 부인, 처자식의 웃는 얼굴을 생각하노라면 고구마 여섯 관을 사올 때에도 무겁지 않고, 밭일, 물 길러 오는 일, 장작 깨기, 그림책 읽어주기, 아이를 등에 앉혀 놓고 말 태워주기, 벽돌 놀이 상대, 걸음마 놀이,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가정은 항상 봄과도 같았고, 꽤 넓은 마당은 모두 파헤쳐져 밭이 되고 말았으나, 이 남편은 그저 매력 없는 실리주의자와는 달리 밭 주변에 계절에 따른 화초나 나무를 꽃피우게끔 가꾸어놓고 마당 구석 닭장에는 흰색 레그혼(닭의 품종 - 역자 주)이 알을 낳을 때마다 집안에는 환호성이 울리며, 모두 다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즉 행복한 가정이라는 말이다. 불과 얼마 전에도 동료가 강제로 준 복권 두 장 중 한 장에서 천 엔이 당첨되었으나 본래 차분한 사람이었기에 서두르지도 난리를 피우지도 않은 채, 가족이나 동료들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출근하는 길에 은행에 들러 현금을 받고는,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는 구두쇠이기는커녕 천금도 아끼지 않는 심성이었기에, 집에 있는 라디오 수신기가 전파상한테 가져다주어도 '수리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망가져서 2~3년 동안 옷장 위에서 장식품처럼 되어, 노모도 부인도 망가진 폐물(廢物)에 대해 가끔 잔소리를 했던 것이 생각나, 은행에서 나오자마자 그 길로 라디오 가게에 가서 주저하지 않고 새 수신기를 사서, 집 번지수를 알려주고 그것을 배달해주도록 부탁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출근하여 근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역시 마음속으로는 매우 즐거웠던 것이다. 노모나 부인이 놀라며 기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큰딸도 어느 정도 큰 이후로 처음으로 집안에서 라디오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흥분하면서도 자랑스러워하고, 또한 아들도 눈을 말똥말똥 뜨고는 이상한 듯 쳐다보는 표정을 보고 크게 웃는 온 가족의 모습이 눈에 선한 것이다. 그러고 있을 무렵 자신이 귀가하여 '복권'에 대한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다시 큰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아, 빨리 퇴근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평화로운 가정의 빛을 쬐고 싶다. 오늘 하루는 무척이나 길다.

 됐다! 퇴근시간이다. 서둘러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한다.

 그때 허겁지겁 볼품없는 복장을 한 여성이 출산신고서를 들고 그가 있는 창구에 온다.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더 이상 안됩니다."

 츠시마는 그 '힘든 일을 잊게 하는' 밝은 얼굴로 대답하고서 책상 위를 깨끗하게 치우고는 빈 도시락을 들고 일어선다.

 "부탁드립니다."

 "시계를 보세요, 시계를."

 츠시마는 경쾌하게 말하고서 출산신고서를 되돌려준다.

 "부탁드립니다."

 "내일 하세요. 아셨죠?"

 츠시마의 말투는 부드러웠다.

 "오늘이 아니면 전 곤란해요."

 츠시마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볼품없는 여성의 출산에 얽힌 비극. 거기에는 여러 형태가 있으리라. 그 여자의 죽어야만 했던 이유는, 나 (다자이) 에게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 여자는 그날 밤 타마가와 죠스이(玉川上水)에 뛰어든다. 신문의 도쿄 교외판 구석에 작게 실린다. 신원 불명. 츠시마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다. 퇴근해야 하는 시간에 퇴근한 것이다. 츠시마는 전혀 그 여자에 대해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여전히 방긋방긋 웃으며 가정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대체적으로 이런 줄거리의 단편소설을 나는 병을 앓으며 잠을 청하지 못한 채 상상해보았으나, 생각해보면 이 주인공인 츠시마 슈지는 굳이 공무원이 아니라도 될 것 같다. 은행원이라도, 의사라도 괜찮을 듯싶다. 하지만 나로 하여금 이 소설을 떠오르게 만든 건 그 관리의 징그러운 웃음이다. 그 징그러운 웃음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이른바 '관료의 악'의 핵심은 무엇일까. 이른바 '관료적'이라는 기풍의 원인은 어디인가. 나는 그것을 짚어가며 가정의 에고이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음울한 관념에 부딪혀, 그리하여 결국 다음과 같은 무서운 결론을 얻은 것이다.

 결론인 즉, 가정의 행복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