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감정誤った鑑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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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카이 후보쿠(小酒井不木) (1925)

늦가을 밤 여느 때와 같이 내가 법의학자 브라이언 씨를 브롱크스에 있는 저택으로 찾아가자 그 분은 새로 나온 어떤 탐정소설 잡지를 읽고 있었다.
“탐정소설가라는 건 지극히 엉터리를 쓰는군요.”라고 브라이언씨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갑자기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네? 무슨 말씀이죠?”라고 나는 매우 당황하며 되물었다.
“지금 조지 잉글랜드가 쓴 ‘혈액 제2종’이라는 탐정소설을 읽은 참입니다. 그 속에 나오는 의사가 혈액에 의한 부자간의 감별법을 논하고 있는데 실로 황당한 말을 하고 있어요. 한 번 들어보세요. 이렇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혈액을 한 방울씩 채취하여 그것은 진동기 속에 넣고 섞으면, 만약 정말로 부자지간이라면 혈액을 채우고 있는 미세한 대전물(帶電物)의 진동이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전자도 아니고 이 무슨 어이없는 주장입니까?”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마치 옛날 중국 감별법과 꼭 닮았군요.”라고 나는 말했다.
“그건 어떤 감별법이죠?”라고 브라이언 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중국 옛 법의학서 중에 ‘세면록(洗冤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거기에 혈액에 의한 친자 감별법이 적혀 있는데, 그 책에 의하면 부모와 자식의 진위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서로 피를 내어 그것을 어떤 그릇에 넣으면, 만약 친자라면 그 피가 뭉쳐서 서로 하나가 되고, 만약 친자가 아니라면 잘 안 섞인다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아니, 오히려 그게 더 과학적 감별법에 가깝지 않나요? 요즘은 혈구 응집현상(凝集現象)의 유무로 판단하니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브라이언 씨는 계속 잡지를 들고 유쾌하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의사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인간의 혈액은 네 종류로 나누어져 있으며, 부모와 자식은 같은 종류에 속한다고 말입니다. 네 종류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은 맞지만, 부모와 자식이 같은 종류라는 건 조금 생각하면 부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은 종류의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약 다른 종류인 사람이었다면 태어난 부모와 같은 종류라고 할 수 없다는 게 당연할 테니 말이에요.”
“아무래도 추리작가는 스스로 혈액 같은 것을 다루어본 적이 없고 그저 책 같은 곳에 적혀 있는 것을 멋대로 판단해서 쓰니 그와 같은 실수가 생기는 거겠죠.”라고 나는 말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소설가가 쓰는 것을 하나하나 따지는 건 오히려 따지는 사람이 치사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제 생각에 1870년경이었다고 생각됩니다만, 프랑스에서 어떤 젊은 여자가 돼지 같은 것에 나 있는 그 바늘처럼 딱딱한 털을 조그맣게 잘라서 그것을 자기가 증오하는 사람이 먹는 식사 속에 넣고 죽인 사건이 있어, 한 때 유럽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소설가 제임스 베인이 그 이야기를 소재로 ‘하르브스’라는 유명한 소설을 쓰고는, 그 주요등장인물 중 한 사람을 그 조카가 말총을 작게 잘라 식사 속에 넣어 죽이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말총으로는 소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즉, 바늘 같은 털 조각이라면 소화관에 궤양을 만들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으나 말총은 오히려 소화액의 작용을 받아 궤양을 만들 수 는 없습니다. 즉, 베인은 돼지털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말총으로도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멋대로 상상했기에 그런 실수를 범한 것입니다.”
“그렇군요. 아니, 잘 생각해보니 소설가뿐만이 아니라 전문가인 의사들조차 그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조지 잉글랜드가 쓴 추리소설에도 의사가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장면을 일부러 썼다고 하면 오히려 작가가 고의로 비꼬았다고도 받아들일 수 있겠군요.”라고 나는 말했다.
“그야말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예부터 의사는 소설가들한테 당하고 사니까 말입니다. 멀리는 아리스토파네스에서 모리엘, 쇼오 등 매우 심하게 의사 욕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브라이언 씨도 상기되었다.

“실제에 있어서도 의사는 매우 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일본에도 어떤 개업의사가 자살과 타살의 구별방법이라면서 되지도 않는 주장을 발표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사건을 감정하고는 대학 법의학 교수의 감정을 뒤집으려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허어. 그건 어떤 일이죠?”라고 브라이언 씨가 물었다.
“저런. 오늘은 반대로 제가 말을 많이 하게 되었군요. 그건 어떤 질식한 시신 감정사건이었는데, 정황으로 보아 시신은 교살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어떤 대학의 법의학 교수로 하여금 자살인지 타살인지 감정을 하도록 했는데, 교수는 그 분간이 분명하지 않다는 감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오래 끌기에 마을의 어떤 개업의사가 재감정을 명 받았는데, 그 개업의는 자살이 틀림없다고 단정한 것입니다. 감정 근거로서 그 사람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들었습니다. 첫째로, 자살 즉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조이는 경우에는 그 힘이 약하고 숨을 들이마신 후에 결행하므로 시신 흉부를 강하게 압박하면 공기가 나오지만, 타살 즉 다른 사람이 목을 조일 경우에는 그 힘이 강하고 숨을 내쉬었을 때 조이게 되므로 시신 흉부를 압박해도 공기가 안 나온다. 둘째로 자살의 경우에는 숨을 들이마셨을 때에 이루어지므로 폐장에 있는 울혈(鬱血)이 심하지 않지만, 타살인 경우에는 숨을 내쉬었을 때 조이게 되므로 패장에 있는 울혈이 심하고, 마치 폐수종 같은 외관을 띤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꼼꼼하기 짝이 없는 낭설 아닌가요?”
“정말 추리작가 이상 가는 대단한 궤변이군요.”라며 감이 빠른 브라이언 씨는 말했다. “조금 생각해보면 그럴듯하지만 생리학서를 한 페이지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런 결론이 나올 수 없겠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폐장 내에 있는 혈액량은 숨을 들이마셨을 때에 최고로 많으며, 내쉬었을 때에는 줄어들므로 내쉬었을 때에 행해진다고 하는 타살의 경우에 폐장에 울혈이 극심할 리가 없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져있는 거죠.”
“들이마셨을 때에는 폐가 넓어지니 혈액이 밀려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건 그렇고, 자살이 숨을 들이켰을 때에 이루어지고 타살이 숨을 내쉬었을 때 이루어진다는 설도 매우 독단적이지 않나요?”라고 나는 말했다.
“참 문제입니다. 세상에는 자기가 겪은 경험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사람이 있지만, 그 사람도 그런 고지식한 부류에 속하겠지요. 즉, 자살이 숨을 들이켰을 때 일어나고 타살이 숨을 내쉬었을 때에도 일어난다는 점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거겠죠. 흔히들 몇 년, 몇 십 년 경험이라고 말하면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곤 하지만 경험이라고 해도 항상 맞는다고는 할 수 없겠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감정으로 법원에서 판결이 난다면, 그렇잖아도 오판이 많은 판결이 오판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있는 과학적 감정 때문에 역으로 해악을 끼치게 되는군요. 아마도 당신은 그런 경우를 종종 보셨을 텐데. 어떠신가요?”라고 나는 브라이언 씨로부터 말을 들으려고 슬쩍 표정을 살폈다.
“없는 건 아닙니다.” 브라이언 씨는 웃지도 않고 말했다. “그 중에는 매우 엉망인 감정을 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오늘 밤은 당신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으니 이제부터는 저와 관련된 사건 이야기를 해드리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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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몇 년 전, 뉴욕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골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브라이언 씨는 말했다.
그 지역 유지 중에 밀튼 소머스라는 노인이 있었다. 오래 전에 부인이 타계하고부터는 외아들 할리와 함께 지냈으나 사건 당시 할리는 스물 두 살이고 마침 농업학교를 졸업했을 무렵이었다. 어머니가 없는 가정이었기에 아버지와 아들은 매우 친밀했으며 살림 모두는 호킨스 부인이라는 노파가 도맡고 있었으며 근처에는 소머스 소유지인 논밭에서 일하는 소작농 가족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었다.
소머스 집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는 스코트라는 농가에 에도너라고 하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는 미인이었으며 백옥 같은 피부에 통통한 사랑스러운 얼굴과 크고 푸른 눈빛, 부드러운 입가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매료시키지 않는 자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못 말리는 말괄량이여서 여름에는 항상 맨발로 돌아다니고 1년 내내 머리를 묶은 적이 없으며 푸석푸석한 금발은 파도치듯 어깨 위에 걸쳐져 있었고 다리나 팔은 햇볕에 까맣게 타 있었다. 할리는 어느새 그녀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는 하지만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유서 깊은 가문을 자랑하는 고지식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여자 집안을 평소에도 미워하여 특히 에도너의 성격을 눈치 채고는 ‘귀녀(鬼女)’라는 별명을 붙였을 정도이니 도저히 결혼을 허락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 사이의 사랑은 깊어만 가고, 결혼해버리면 어쩌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서 할리는 몰래 뉴욕으로 데리고 가서는 결혼했다. 이 사실을 알고 아버지는 격분하여 둘을 자신의 집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기에 하는 수 없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른 사람 땅을 빌려 자립하게 되었다.
함께 생활을 해보자 할리는 부인 성격이 아버지가 붙인 별명에 걸맞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손을 댈 수 없는 말괄량이라서 속수무책인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생활하는 중에 딸이 태어나고 그 후부터 그녀는 매우 얌전해졌다.
그러자 그 무렵 아버지인 밀튼 소머스는 고령 때문인지 아니면 쓸쓸해서인지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결국에는 하루 종일 누워서 지내야 할 정도까지 되고 말았다. 결국 그도 하는 수 없이 고집을 꺾고는 할리와 그 가족을 불러 동거하도록 하고 할리에게 농사를 감독하도록 하였으며 에도너에게 살림을 맡기게 되었다.
노인의 병은 점차 악화될 뿐이었으며 결국 가족들도 간호하기가 어려워졌기에 뉴욕에 있는 간호사를 고용하게 되었다. 간호사는 콜러 워드라고 하여 매우 미인이었으나 어느새 할리를 좋아하게 되고 할리 또한 그리 싫지는 않은 기색이었다. 그러나 이 모습을 본 에도너는 갑자기 본래 험악한 성격을 발휘하여 심한 싸움은 하지 않았으나 간호사를 매우 싫어하여 어서 해고해달라고 할리에게 독촉했다.
가정부 호킨스 부인은 에도너가 와서부터 식사에 관한 일은 그녀에게 빼앗기고 청소나 세탁 같은 힘든 일만 하게 되었기에 자연히 에도너를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소머스 가정에 이와 같은 불쾌한 분위기가 계속되던 어느 날 오후, 에도너는 저녁식사를 위해 우유를 짜러 외양간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 그 우유를 부뚜막 위에 걸어놓았던 튀김용 냄비 속에 넣었다. 그녀는 그것으로 고기 위에 얹는 소스를 만들 생각이었으나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작업을 중단하고 다시 우유를 캔 속에 붓고서 식히기 위해 찬장 위에 올려놓았다.
그날 저녁 환자는 열이 나서 계속 목이 마르다고 하기에 간호사가 우유를 가지러 부엌으로 가자 우유가 든 캔이 있었기에 그대로 병실로 가지고 가서 환자에게 주었다. 그런데 우유를 다 마시고 난 후 그녀는 캔 밑바닥을 보자 녹색 자국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놀라 혹시 이것이 패리스 그린(Paris Green:식물 해충을 제거하기 위한 비소(砒素)가 함유된 분말)이 아닐까 하고 할리와 에도너가 있는 방을 찾아와 그것을 보이면서 패리스 그린이 아닌가 하고 물었다. 할리는 그렇다고 했으나 에도너는 아무 말이 없었다.
간호사의 요청에 의해 곧바로 담당의사가 왔으나 의사도 그 녹색물질을 보고 패리스 그린 같다고 말했다.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 상태는 갑작스럽게 악화되고 결국 새벽녘에 숨을 거뒀으나 의사는 비소중독에 의한 사망이라고 진단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경찰로부터 검사관이 파견되었습니다.”라고 브라이언 씨는 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방의 개업의로 경찰을 겸한 스튜어트라는 사람이 부검을 명 받았습니다. 부검 결과 시신의 위장 내용물에는 다량의 비소화합물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가고 예심판사가 나서서 직접 소머스 가정을 자세히 조사하게 되었지요.”
예심판사 일행은 가족을 하나하나 신문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수색한 결과 외양간 도구창고에 있는 높은 선반 위에 패리스 그린이 들어있는 골판지상자를 찾아냈다. 그 상자는 찢어지고 내용물이 조금 줄었으며 분말 일부는 땅바닥에 쏟아져 있었다. 더구나 상자가 개봉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 때는 이미 수확시기도 훨씬 지났으므로 봄철 이후 패리스 그린을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므로 사용된 분말은 당연히 우유 캔 속에 틀림없이 들어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부근에 사는 소작농들은 본래 패리스 그린이 외양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리 만무했으며, 또한 외양간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혐의는 당연히 가족에게 돌려졌다. 그러나 가족 중에서 누가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시킬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을까? 다행이 독이 들었던 골판지상자에는 먼지가 많이 쌓여 있어 지문이 선명하게 찍여 있었으므로 곧바로 사진촬영이 이루어지고, 그것과 가족 사람들의 지문을 채취하여 비교해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젊은 부부 지문과 간호사 지문과 도합 세 종류가 골판지상자 위에 찍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셋이 공모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므로 세 명 중 누군가가 한 것이 분명하다고 추정하고는 셋에게는 골판지 상자에 있는 지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채 각각 여러 신문을 해보았으나 전혀 성과가 없었다.
고인은 인덕이 후한 사람이었기에 사람들은 깊은 애도의 듯을 표하고 그 흉측한 사건은 부근 일대 소문으로 퍼졌으며, 사람들은 제멋대로 여러 가지 소문들을 만들어냈다. 젊은 부부가 결혼 당시 있어왔던 아버지와의 충돌, 간호사와 할리, 그리고 에도너의 삼각관계 등 여러 해석이 시도되었다. 어떤 이는 할리가 결혼 이후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었으므로 그 때문에 아버지를 독살했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다른 이는 고인이 부자였기에 간호사가 후계자의 부인이 되기 위해 노인을 죽이고 에도너가 의심받도록 한 행위라고 상상하고, 또 다른 이는 에도너가 오래 전부터 시아버지를 미워했기 때문이라고 상상했다. 예심재판 결과 밀튼 소머스는 비소제로 독살되고 범인이 에도너라고 결정되었다.

여론은 에도너에게 있어서 지극히 불리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서 노인을 죽게 한 다음 재산을 자신 것으로 만들려 했다고 해석했다. 또한 그녀는 그 때 임신 중이었으나 옥중에서 출산하게 되면 태어난 아이에게 낙인을 찍는 것과도 같으므로 여러 이유 때문에 그녀는 적지 않게 고민했다.
“이 소머스 젊은 부인의 변호사로부터 제게 사건감정 의뢰가 있었습니다.” 브라이언 씨는 말을 이었다. “변호사는 부인의 무죄를 믿고 노인 시체의 의학적 검사에 근본적인 오진이 있다고 봤습니다. 저도 자초지정을 모두 듣고 출발점은 역시 위장 내용물의 화학적 검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패리스 그린이 우유에 섞이고 열이 가해졌다면 표면에 녹색 거품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므로 누구 눈에도 띄기 쉬우므로 그런 위험한 짓을 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어떤 수사상의 실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감정을 맡아 위장 내용물에 대한 재감정을 요청하고는 허가가 나온 후 만약을 위해 전문 화학자 두 명에게도 별도로 분석을 의뢰하도록 했습니다.”
변호사 요청은 받아들여졌으며 위장 내용물은 브라이언 씨에게 배달되었다. 브라이언 씨는 곧바로 비소경(砒素鏡) 검출법을 시작하고 기타 방법에 의해 분석에 들어갔으나 대량은 고사하고 비소 흔적조차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브라이언 씨는 힘을 주어 말했다. “왜냐하면 검의관은 다량의 비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증언했으니 말입니다. 또한 주치의도 주치의죠. 비소를 먹지 않았는데도 비소중독이라고 진단했으니 문제입니다. 두 화학자의 분석결과도 마찬가지였으며 법정에서 그 증언이 발표되자 방청객들의 감정은 급반전하여 부인에 대한 동정심으로 변했습니다. 배심원들은 불과 20분간 협의하고는 소머스 부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지요.”
이리하여 의사의 잘못된 감정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하마터면 살인범이 될 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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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왜 그 녹색물질이 우유 캔 안에 들어 있었던 거죠?”라고 나는 브라이언 씨의 말이 끝나고 잠시 후 물었다.
“그게 말하자면 제2의 문제입니다. 저는 그저 비사중독인지 아닌지를 감정하면 되었으니 더 이상 수사도 하지 않았지만, 이게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오르치 부인의 추리소설에 나오는 ‘구석의 노인’이었다면 분명 해설이 필요했겠지요. 하하하하하.”라고 유쾌하게 웃었다.
“물론 그 패리스 그린은 우유를 먹인 뒤에 캔 속에 넣었을 테니 여기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게 되겠지요?”라고 나는 브라이언 씨에게 해석을 들으려고 물었다.
“그렇죠. 그렇습니다. 혐의는 당연히 간호사에게 가야 합니다. ‘구석의 노인’이라면 주치의와 간호사를 공범으로 할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간호사 지문이 패리스 그린 상자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이 사건은 불가사의한 점이 많은 것 같군요.”라고 나는 말했다. “간호사만이 아닌 소머스 부인 지문도 골판지 상자에 있었다고 하니 말이에요. 이 사건의 이면에는 아마도 복잡한 사정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그건 추리작가한테 생각하라고 하죠. 소머스 부부는 지금은 즐거운 가정을 꾸리고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손해를 본 건 검의관인 스튜어트 씨였죠. 잘못된 감정 때문에 그 후 매우 평판이 나빠져서 지금은 파리가 날리고 있답니다. 이제 바깥 거리도 조용해졌군요. 뜨거운 커피라도 한 잔 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