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부르는 사람들

츠츠이 야스타카

 "자, 책상을 정오각형으로 개조했나?"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장이 물었다.

 "예, 다 끝났습니다."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목소리로 전무가 대답했다.

 "그럼 각 구석마다 양초를 세우고 가운데에 불을 놓게."

 상무가 역시 울먹울먹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일까지 하지 않으면 회사의 도산을 막을 수 없다니, 참으로 비통한 신세군."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흐느꼈다.

 "그러나 우리의 혼을 악마에게 팔지 않으면 350명의 종업원이 굶주리고, 15개의 하청회사가 그대로 쓰러지고 맙니다."

 상무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시대에 중소기업이 살아 남으려면 악마에게 혼을 파는 일도 불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전에도 우리 셋이서 목을 매달아 죽자고까지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전무는 이제 엉엉 목놓아 울며 말했다.

 "우리들 세 명은 어차피 죽으면 지옥에 떨어지고 맙니다. 그렇다면 아예 지금 악마에게 혼을 팔아서 우리 회사 임직원들만이라도 살려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

 사장은 울부짖었다.

 "우리들 세 명이 그냥 죽어버려서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없다. 죽기보다도 괴로운 일이지만 악마에게 혼을 파는 거야."

 "악마에게 혼을 파는 것이다."

 세 사람은 비통한 목소리로 함께 울부짖었다.

 "파는 거다. 그래, 파는 거야."

 "그럼 악마를 불러내는 의식을 시작하자. 언제까지나 울고만 있을 수는 없지. 자, 가운데에 불을 붙였나?"

 "네,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럼 먼저 이걸 태우시오."

 "예, 태웁니다."

 상무는 사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바싹 마른 도마뱀 사체를 불 속으로 집어 넣었다.

 "다음은 이것. 닭발이다."

 "예."

 "다음은 마늘."

 "예."

 "다음은 원숭이의 정액."

 "예."

 "다음은 쇠고기 라면."

 "예."

 "삼각자."

 "예."

 "포르노 사진."

 "예."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장은 벌벌 떨면서 세 가닥의 머리카락을 상무에게 넘겨줬다.

 "우리 세 명의 머리카락이다."

 "예... 예!"

 상무는 벌벌 떨리는 손가락 끝으로 머리카락을 받아 집어 들고는 눈을 감고 불속에 던져 넣었다.

 바삭, 소리가 나면서 연기가 한 줄기 피어 오르더니 거대한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거인은 큰 눈으로 세 사람을 훑어보고는 손에 든 창을 들이대며 소리 질렀다.

 "나를 부른 놈은 누구냐."

 "베... 벤케이다."

 사장은 놀라 자빠질 듯 소리질렀다.

 "음, 그렇다. 나는 '무사시보우 벤케이(武藏坊辯慶:일본 역사에 등장하는 힘 센 장사) 다. 나를 부른 것은 자네들인가? 무슨 일인가?"

 "천만의 말씀."

 사장이 소리질렀다.

 "저희들은 악마를 부르려다가..."

 "무엇이? 악마라고? 악마따위는 내가 무찔러주마. 안심들 하거라"

 벤케이는 눈을 부라리면서 창을 휘둘렀다.

 "악, 위험해!"

 머리를 움츠린 채로 상무가 사장에게 속삭였다.

 "벤케이가 우리 회사를 구제해 줄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되돌려 보냅시다."

 "정말이야. 그렇게 하자."

 사장은 고개를 끄떡였다.

 "악마를 무찌른다면 안 되지. 우리 혼을 팔아야 하는데."

 상무가 일어나서 양동이의 물을 퍼부어 불을 꺼 버리자, 벤케이의 모습은 금새 사라져버렸다.

 "왜 벤케이가 나온거죠?"

 상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태우는 순서가 틀렸는지도 몰라."

 사장이 말했다.

 "순서를 조금 바꿔서 다시 한번 해 보자."

 처음과 같은 재료들을 순서를 바꾸어 다시 불속으로 집어넣어 태웠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세 명의 머리카락을 태우니, 또다시 '바삭'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 오르며 그림자가 나타났다.

 "죄 많은 양들이여, 어떠한 고민이 있어 나를 불러 내었는가?"

 "예수님이다."

 상무가 자지러질 듯 소리쳤다.

 "돌려보냅시다."

 사장이 말했다.

 "예수님은 장사에는 적합하지 않아."

 "동감입니다. 이런 성인(聖人)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다가는 적자가 더 불어나고 맙니다."

 전무가 또 소리쳤다.

 "그리고 예수님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니까 노조 편을 들 겁니다."

 상무가 서둘러 물이 담긴 양동이를 부어 불을 껐다. 곧 예수님은 사라져버렸다.

 "예수님과 악마는 친척 같은 거야. 예수님이 나왔으니 악마도 반드시 나올 것이다."

 사장은 말했다.

 "좋아, 순서를 바꾸면서 계속 해 보자. 그러다 보면 악마도 나오겠지. 다행히 재료는 많이 있다."

 세 사람은 준비한 재료들을 가지고 순서를 달리하거나 양을 바꾸면서, 그리고 때로는 주변에 있는 다른 물건들까지 불에 집어 넣으면서 악마를 불러내려 계속 애를 썼다.

 아무도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으며, 과거의 유명한 인물이나 심지어는 가공의 괴인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하여 아톰, 베토벤, 손오공, 동짜몽 등등이 나타났지만, 그 누구도 회사의 도산을 구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이는 없었다. 같은 순서를 모르고 두 번 반복하느라 두 번 등장한 인물도 있었다. 처음부터 잘 기억해두면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 사람은 그저 마구잡이로 태워가는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원숭이의 정액, 말린 도마뱀 사체의 순으로 재료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연기 속에서 누군가가 나타나는 것도 점점 드물게 되었지만, 악마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피로와 지루함을 견디다 못한 사장이 드디어 말을 꺼냈다.

 "굳이 세 사람이 같이 할 필요가 있나? 누군가 한 명이 하고, 나머지 두 명은 잠이나 자고 있으면 되잖아? 악마가 나타나면 깨워주면 되지."

 "그래요,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상무가 말했다.

 "교대로 합시다. 처음에는 전무, 자네가 해 주게나."

 사장과 상무가 곧 잠들어 버렸으므로, 하는 수 없이 전무는 혼자서 의식을 계속했다.

 *       *        *        *

 아침이 되어 사장과 상무가 눈을 떠 보니, 불은 다 꺼져버렸고 전무는 머리를 푹 숙인 채로 쪼그려 앉아 뭐라고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이, 왜 그래?"

 사장과 상무가 전무에게 물었다.

 "불을 꺼 버리면 어떡해? 누가 나왔나?"

 눈이 시뻘개진 전무가 천천히 얼굴을 들고는 대답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안 나왔어요. 잠을 참으면서 의식을 계속하고 있는데, 한꺼번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그 사람들은 악마가 아니었기 때문에 즉시 불을 꺼버렸습니다. 끄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큰일을 저질렀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무엇과 무엇을 섞어 태웠는지, 어떤 순서로 태웠는지 전혀 기억해 낼 수가 없었으니까요. 하여간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했던 것이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한꺼번에 나타났다는 사람들이 누구였는데?"

 "칠복신(七福神)이 보물을 가득 실은 배를 타고 나타났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