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마유무라 타쿠

 

  아주 바쁜 날이었다. 자기부상열차로 도쿄와 오오사카(大阪)를 세 번이나 왕복하고, 음성워드를 써서 보고서를 18통이나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혼자 식탁에 앉아 늦은 식사를 했다.

  마누라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얼굴이었다. 내가 집에 들어온 뒤로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 어제 밤에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도 기분을 풀지 않고 있는 것이다. 6살 된 아들녀석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놈은 자기 방에 들어앉아 코빼기도 내밀지 않는다.

  화상전화가 울렸다.

  마누라 눈치를 보다가 나는 빵을 입에 넣은 채로 수신 스위치를 눌렀다.

  "오카(岡)씨시죠?"

  마치 눈알이 튀어나온 것처럼 두꺼운 콘택트렌즈를 낀 남자의 모습이 화면에 떠올랐다.

  "일본정보정리회사에 근무하고 계시는 오카 요시타다(岡 義忠) 씨 맞죠?"

  "에... 흐런데여(그런데요)?"

  나는 대답을 하고 급히 빵을 삼켰다.

  "여기는 전일본 학부형 연합(全日本學父兄連合) 제 1블럭 제 5지부 제 8위원회입니다."

  남자는 어쩐지 좁은 어깨에 억지로 힘을 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신은 내일 아침 9시에 이쪽으로 와주셔야겠습니다."

  명령조의 말투가 상당히 비위에 거슬렸다.

  "무슨 일이오?"

  "당신은 어제 아드님의 머리를 때리셨죠? 그 점에 대해서 천천히 얘기를 좀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나는 순간적으로 알아차렸다. 마누라가 고발한 것이다!

  잠시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마누라는 자리를 뜬 상태였다.

  "그야 오라면 못 갈 것도 없지만요...."

  나는 화면 쪽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쪽 사정도 생각해 주시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저는 내일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지 않으면 안 되고, 또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거든요. 날짜를 좀 미루던지, 아니면 최소한 퇴근한 뒤로 시간을 정해 주실 수는 없습니까?"

  "이미 결정이 되었습니다."

  "아니, 그런 일방적인 얘기가 어디 있소?"

  "당신은 내일 아침 9시에 오면 됩니다."

  "뭐라구?"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상대방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당신의 근무처에는 이미 모든 사항을 통고해 놓았습니다. 그 쪽에서도 승낙을 했습니다. 그럼 문제가 없죠?"

  그 남자의 스크린은 내가 스위치를 내려치는 것보다도 빨리 사라져버렸다.

* * * * * * * * *

  귀티나는 색상으로 꾸며져 있는 작은 방. 벽의 책장에는 어린이 교육을 위한 마이크로필름과 자료 등이 잔뜩 진열되어 있다.

  위원들은 반원형 책상에 앉아 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가 5명, 남자가 3명이었는데,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이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우리 학부형연합은 이 세상의 어린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위원장이 말했다.

  "사실은 당신과 아드님에 관한 중대한 고발이 있었기에 이렇게 오시도록 부탁을 드린 것입니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아드님을 폭행하였다는 것은 사실입니까?"

  나는 가만히 있었다.

  "어떻습니까?"

  "집안 일입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당신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잖소?"

  "그렇지는 않습니다. 모든 어린이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보호되어야 합니다. 가령 부모라 할지라도 자기 자식에게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이미 과거의 경험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특히 가정 안의 문제를 취급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정말로 아드님을 폭행했습니까?"

  "예. 했습니다."

  나는 말했다.

  "우리 애가 자가용 제트기를 사자고해서 제가 좀 꾸짖었을 뿐입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그런 여유가 없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아들놈은 제가 너무 무능해서 돈을 못 번다고 비웃더군요."

  "그래서 폭행을 했단 말입니까?"

  "폭행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가볍게 꿀밤을 한 대 먹인 정도입니다. 아이에게는 좋은 약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몇 명의 위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하시지 않습니까?"

  뚱뚱한 여자 하나가 높은 소리로 말했다.

  "사정이 어떻든 간에 손을 대다니......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군요."

  "그런 경우에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습니다."

  위원장이 코를 킁킁 거렸다.

  "교육에 대해 숙달된 전문가에게 문제를 맡기셔야 했습니다. 그것을 폭력으로 해결하려 하다니......"

  나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머, 기가 막혀라."

  젊은 여자 하나가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람, 그런 짓을 해 놓고도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네요."

  "야만인이다!"

  "인간이 덜 되었어요."

  "당신은 지금 스스로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나 있어요?"

  다른 위원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당신은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인간에게 야만적인 육체적 폭행을 가했어요. 아드님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구요!"

  "반성하세요!"

  "웃기지 마시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작 내 아이 하나 때린 것 가지고, 그게 어디가 어때서 야단이란 말이오!"

  위원들은 죄다 안색이 붉게 변하고 있었다. 나는 말을 계속했다.

  "당신들은 그렇게 말을 하고 있지만, 그럼 옛날 애들은 어떠했소? 우리 아버지는 나를 어떻게 교육시켰는지 말해줄까요? 나는 매일 같이 얻어맞고 코피를 흘리고 그랬단 말이오!"

  위원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친구들과 싸움을 했다가 만약 지고 들어오면, 아버지는 나에게 물을 끼얹으시며 이길 때까지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소."

  위원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말을 계속했다.

  "집에서 돈을 몰래 가지고 나왔다는 것 때문에, 겨울 밤에 벌거벗고 집 밖으로 쫓겨난 적도 있단 말이오."

  "......아아, 제발 그만!"

  "개울물 속에 빠뜨린 적도 있었소. 심지어 몽둥이로 얻어맞고 기절한 적도 몇 번 있었지. 결국은 그런 것들이 오늘날 나를 어엿한 사나이로 만들어 준거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젊은 여자는 이미 기절해서 쓰러져 있었다.

  "돌아가 주십시오."

  위원장은 말하였다.

  "더 이상 대화가 필요없습니다."

  * * * * * * * * * * * * * * * * * *

  "어이 오카 군!"

  회사에 출근을 하니 상사가 뛰어오며 불렀다.

  "이거 큰일났어. 지금 학부형연합에서 자네를 훈련소에 넣도록 권고해 왔다더군."

  "훈련소요?"

  "자네가 아버지로서 부적합하니, 사고방식이 바뀔 때까지 재훈련을 통해 아버지 교육을 다시 시킨다고 하더군."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으음...좀 언짢겠지만 거절할 수는 없네."

  상사는 고개를 저었다.

  "여러 방식으로 회사에 압력이 들어온다네. 학부형연합에서는 권고한다지만 사실상 명령이나 마찬가지야."

  "......"

  "자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저 참고 넘기도록 하게. 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나?"

  상사는 내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말했다.

  "모든 것이 일본의 극단적인 출산율 저하 때문이야. 아이들은 날이 갈수록 보호되고 심지어는 어른들보다도 더 귀중히 여겨지고 있지. 얼마 동안만 꾹 참고 다녀오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