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한 입

코마츠 사쿄

 

※ 본 글은 원제대로 "흉포한 입"으로 발표되었으며, 내용에는 극단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청소년을 비롯하여 감성이 예민하신 분들께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역자

 

 이유 따위는 없었다.

 왜 이유가 필요하단 말인가.

 인간은 무엇에든지 이유를 요구한다.

 진실은 무엇 하나 설명하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모든 존재가 다 왜 그러한가.

 ‘왜’ 이럴 수밖에 없는가?

 그 이유는 누구도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그 타오르는 분노에 떨며 이를 갈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닥친, 그의 존재의 의미를 삼켜버린 이 분노.

 이 지독하게도 부조리한 파괴 충동은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으리라.

 그는 사납게 커튼을 닫고 어깨에 힘을 주고는 거칠게 숨을 쉬면서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쓸데 없는 세상, 쓸데 없는 인생이다.

 특히 자신은 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쓸데 없는 녀석이다.

 왜 그러한가.

 ‘왜’라는 질문은 왜 던지는가!

 쓸데가 없으니 쓸 데 없는 것이다.

 번영도, 과학도, 사랑도, 정사도, 생활도, 친구들도, 자연도, 지구도, 우주도, 그 모두가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더럽고 참을 수 없이 불결하다.

 그러므로……. 아니, '그러므로'는 아닐지라도 아무튼 저질러 버리는 것이다.

 ‘하고야 말겠다!’

 그는 우두둑거리는 어깨를 어루만지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래, 하구 말구.’

 이것도 미친 짓임에는 틀림없다.

 아니, 미친 짓들 중에서도 가장 미친 짓일지도 모르지만 짜릿한 면이 있다.

 그것은 주도면밀한 계획의 한가운데에 도사리고 있는 일말의 광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지금까지 정상적인 인간들 중에서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을 하려는 것이다.

 세상을 파괴한다?

 그런 망상을 안고 있는 인간은 역사상 몇 천 명이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진부한 일이 아니다.

 나의 분노가 그런 하찮은 일로 가라앉을 수가 있단 말인가!

 내 마음속에서 불덩이를 뿜어내고 있는 고귀한 '자포자기'가…….

 그는 구석방에 들어가서 열쇠를 잠그고 스위치를 눌렀다.

 자……. 그는 눈을 번뜩이면서 생각했다.

 자, 시작이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한 달씩이나 걸려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다음 또 한 달 동안 모든 장비를 갖추었다.

 차가운 불빛으로 가득 찬 실내의 한 구석에 전자레인지, 브루스터, 오븐, 크고 작은 프라이팬, 크기가 다른 식칼 몇 개, 그리고 가지가지 조미료와 소스 종류, 그리고 야채류를 갖춘 식탁이 있다.

 그 바로 옆에는 수술대와 여러 종류의 수술을 할 수 있는 자동 수술 장치가 있다.

 또 그 곁에는 정교한 의족, 의수, 그리고 최신식 인공 장기류들이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다.

 자, 시작하자.

 그의 계산으로는 모든 것이 끝나기까지 대략 한 달 이상이 걸릴 예정이었다.

 그는 바지를 벗고 수술대에 올라 몸의 여기저기에 진찰용 전극을 붙이고는 비디오 녹화기의 스위치를 눌렀다.

 시작이다.

 수술대 곁에 있는 판자 위에서 자동주사기를 집어 숙달된 솜씨로 주사약의 캡슐을끼운 다음, 압력 게이지를 시험하고 다이얼눈금을 맞춘다.

 처음 하는 것이니까 조금 여유 있게 설정한다.

 먼저 오른쪽 다리의 대퇴부에 국부마취.

 5분이 지나자 다리의 감각이 없어진다.

 옛날 병원에서 의사 여럿이 달려 들어야했던 이 복잡하고 어려운 외과수술은 지금 전자두뇌 속에 프로그램 되어있다.

 기계가 '부웅'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램프가 깜빡깜빡 거리며 점멸하고 검은빛의 기계 손 몇 개가 뻗어오자, 아무리 굳은 결심을 했다지만 역시 움찔하며 몸이 뒤로 물러난다.

 수술대에서 튀어나온 고리가 그의 정강이와 발목을 잡고, 소독 가제를 잡은 쇠톱이 넓적다리 끝 부분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전기 칼이 살짝 피부를 자른다.

 지혈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지므로 출혈은 별로 없다.

 근육을 절단하고 대동맥을 노출시켜 겸자로 고정시켜서 결책하고, 절단하고, 오그라드는 근육단면을 처리하고는 노출된 굵은 대퇴골을 행해 '부웅' 소리를 내며 회전톱이 접근해 왔다.

 뼈에 톱날이 닿아 충격이 퍼지자 그는 눈을 감았다.

 진동은 거의 없다.

 다이아몬드를 장착시킨 초고속 회전톱은 마찰음을 내면서 재빨리 뼈를 절단해 간다.

 동시에 고농도 산소가 함유된 단면처리제가 절단면을 덮어간다.

 정확히 6분 만에 그의 오른쪽 다리는 몸체로부터 완전히 절단되었다.

 자동수술기는 그의 얼굴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들을 거즈로 가볍게 닦아주고는 약이 든 컵을 가져다준다.

 그는 그것을 단번에 마시고는 크게 숨을 쉬었다.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땀은 계속 흘러나온다.

 그러나 피는 거의 손실되지 않았고 신경섬유 처리도 아주 잘 되었으므로 통증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수혈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기증을 억누르기 위해서 잠시 산소를 마신다.

 그의 오른쪽 다리는 몸으로부터 떨어져서 수술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절단면이 단면처리가 되어 있으므로 피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수축된 분홍색 근육 주위를 노란색 지방이 둘러싸고 있으며, 가운데에는 흰 뼈와 검붉은 색의 골수가 보인다.

 그 위를 투명한 특수 플라스틱이 단단히 덮고 있다.

 털북숭이에 발목뼈가 튀어나온 그것을 보자 갑자기 광폭하게 발작적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웃고만 있을 수는 없다.

 다음으로 할일이 또 있는 것이다. 충분히 쉬면서 기력을 회복시키고 난 뒤, 그는 기계에 다음 작업 명령어를 입력했다.

 수술 기계는 쇳덩어리 손을 뻗어 의족을 집어 올리고는

 붕대를 감지도 않고 이미 육화되기 시작한 절단면에 단단히 붙인다.

 신경 섬유를 절단부에서 빼내고 인공 시냅소자군으로 되어있는 의족의 신호 터미널에 연결시킨다.

 그리고는 의족을 움직여보았다.

 경금속으로 된 의족은 철커덕거리며 구부러졌다.

 성공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휘청거리며 쓰러질 뻔했지만 어쨌든 일어나서 천천히 걸을 수가 있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평상시는 휠체어를 쓸 테니까.

 그는 수술대 위에 있는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집어 들어 보았다.

 이런 무거운 것을 지금까지 끌고 다니고 있었단 말인가!

 잘라낸 덕분에 몇 킬로그램은 가벼워졌겠지.

 하! 하!

 "자, 그럼……."

 그는 중얼거렸다.

 "그렇다. 피를 뽑아내야지……."

 묵직한 다리를 요리대까지 가지고 가서 단면처리제를 떼어내고는 발목에 줄을 묶어 천정에 매달았다.

 그리고는 아래쪽으로 쭉 짜 내렸다.

 다시 매달린 다리를 천정에서 내린 뒤 물로 씻었다.

 다리의 털이 진득진득하게 손바닥에 붙었다.

 짐승의 다리라기보다는 거대한 개구리의 다리 같이 보인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싱크대 위에 불룩 솟아 있는 발바닥을 보고 있자니, 어찌된 일인지 발작적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마구 웃어댔다.

 "내 다리! 발목뼈가 튀어나온 11문의 크기의 무좀에 걸린 내 다리! 끈질긴 무좀아, 이제 너도 끝장이다!"

 그리고 그는 '요리'를 시작했다.

 거대한 식칼로 무릎 부분을 잘라 다리를 두 토막을 냈다.

 그리고는 벗기기 시작했다.

 대퇴부에는 맛좋게 생긴 고기가 꽤 붙어있다.

 이건 그러니까, "햄이다."

 근육은 딱딱하고 땀을 흘려서 탈수 상태인 탓인지 자르는데 힘이 들었다.

 도마 옆에는 근막에 싸인 고깃덩이들이 금세 쌓여간다.

 넓적다리의 고기는 오그라들어서 딱딱하다.

 정강이 쪽은 뼈를 도려내지 말고 그냥 스프를 끓여 먹자.

 발바닥은 바닥 부분만을 도려내어 버린다.

 큰 냄비에 물을 끓이고 월계수 잎, 양파, 회향, 굵은 후추 등등의 양념과 향미야채를 가득 넣고 굵게 썬 정강이 고기를 넣고 펄펄 끓인다.

 넓적다리 고기는 스테이크 식으로 자르고 소금과 후추, 그리고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효소를 넉넉히 묻히고…….

 ‘먹을 마음이 나나?’

 그는 문득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목 부분에 딱딱한 덩어리가 계속 걸려있었다.

 ‘정말로 먹을 마음이 나나?’

 ‘먹구 말구!’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고 자답했다.

 인간은 소나 돼지를, 그 죄도 없는 얌전한 초식동물을, 그 슬픈 눈을 한 고등 포유류를 이런 식으로 요리해 먹어왔던 것이다.

 북경원인은 동료들의 인육을 먹었고, 요즘 세상에도 사람고기를 먹는 무리들이 있다.

 먹기 위해서 짐승들을 죽이면 육식동물들은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므로 용납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들은 먹지 않으면서 유사 이래 몇 십 억이라는 동료들을 죽이고 있지 않은가!

 그에 비하면 이것은 훨씬 신성한 것이다.

 다른 누구를 죽이는 것도 아니다.

 불쌍한 짐승을 죽이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내 몸의 고기이며 그것을 내 스스로가 먹는 것이다. 이런 신성한 식량이 어디 있는가?

 프라이팬 속에서 기름이 지글지글 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고기더미에서 큰 살점을 하나 집어서는 약간 주저하다가 용기를 내서 던져 넣었다. 탁탁거리며 기름이 튀고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는 덜덜 떨면서 휠체어의 팔걸이를 으스러지도록 움켜쥐었다.

 그렇다 나는 돼지다. 아니, 인간은 돼지보다도 더럽고 죄 많고 저열하다.

 내안에는 돼지만도 못한 부분과 돼지만도 못한 것을 한없이 수치스럽게 여기며 분노를 느끼고 있는 ‘고귀한 부분’이 있다.

 그 ‘고귀한 부분’이 ‘돼지만도 못한 부분’을 먹어 버리는 것이다.

 무엇을 겁내는가.

 접시 위에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분홍빛 고기 조각이 놓였다.

 그는 그 의에 소스를 뿌리고 버터를 바르고 레몬을 얹고 겨자를 쳤다.

 칼을 들려고 했지만 손이 떨려서 접시가 딸가닥 딸가닥 소리를 냈다.

 그는 땀을 폭포같이 흘리면서 있는 힘을 다해 칼을 쥐고는 고기를 베었다.

 그리고는 포크로 찍어 조심조심 '그것'을 입에 집어넣었다.

 사흘 뒤에 그는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이번에는 정강이가 붙은 채로 굽기 위해 버터를 넉넉히 바르고 꼬치에 꽂아서 큰 오븐에 넣고 빙글빙글 돌리며 구웠다.

 이제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이 의외로 ‘맛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과 그 반 광기에 젖어있던 분노가 강하게 마음속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째부터 좀 어렵게 되었다.

 하반신을 절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의자에 장착되어 있는 수세식 변기위에 앉아,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배설의 상쾌함을 만끽했다.

 배설을 하면서 그는 낄낄대며 웃었다. 후련하다.

 지금 ‘나 자신’은 뱃속에 들어가서 똥이 되어 배설되고 있다.

 이것은 나 자신에 대한 최대의 모욕인가.

 아니면 나 자신에 대한 최대의 영예인가.

 대둔근의 맛은 최고였다.

 허리 아래의 몸이 없어지고 나니 이제 의족도 별 필요가 없어졌으나, 그는 한동안 그대로 놔두었다.

 내장 차례가 되었을 때 그는 수술기계의 전자두뇌와 의논하였다.

 내장을 먹어버려도 여전히 식욕은 일어날 것인가?

 답은 "괜찮겠지요." 라는 것이었다.

 그는 딱딱한 큰 창자는 버리고 작은 창자를 끓이고 십이지장으로는 소시지를 만들었다.

 간장과 신장도 인공장기로 바꾸고는 모두 기름에 튀겨 먹었다.

 삼 주일 째, 그는 드디어 꿈틀꿈틀 움직이는 자신의 심장을 인공심장으로 바꾸어 버린 뒤, 얇게 잘라서 튀겨 먹었다.

 옛 마야의 사원에 있었다는 신관들조차도 상상하지 못했을 일을 한 것이다.

 위장은 끝까지 영양액을 넣어놓은 플라스틱 봉지 속에 남겨두었으나 결국은 그것도 마늘과 고추를 넣어 양념장에 버무려서 구워 먹기로 했다.

 그 때쯤 그는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식욕이 없더라도 먹을 수 있다.

 인간들이 먹어대는 그 광범위하고도 기괴한 식량들 중의 몇 종류는 식욕 때문이 아니라 호기심 때문에 발견된 것이다.

 호기심마저 없더라도 인간은 '분노'만 있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도 먹을 수 있다

 분노에 휩싸여 인육을 먹고 심지어 컵을 씹어 먹는 사람도 있듯이. 식욕의 가장 깊은 곳에서 있는 것은 흉악한 공격 충동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씹어 죽이고 이빨로 물어 삼키는 '흉포한 입'이다.

 이제 목 아래쪽부터는 모두 파이프와 인공장기들뿐이다.

 아직 남아있는 기관의 영양은 직접 영양탱크로부터 혈액으로 공급된다.

 내분비조정 또한 인공장기가 해주는 것이다.

 한 달 뒤, 드디어 그는 두 팔도 먹어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목 위의 머리 부분뿐이다.

 그리고 40일째에는 얼굴 근육도 입술을 남기고 대부분 먹어버렸다.

 스프링이 안면 근육 기능을 대신했으며 안구도 한쪽은 이미 먹어버린 상태였다.

 그곳에 있는 것은 복잡한 파이프 투성이의 기계위에 올려 놓인 한 개의 살아 있는 해골뿐이다.

 그 해골은 입과 뇌만이 살아 있었다.

 아니, 그 뇌마저도 머리털이 붙은 두피가 기계팔에 의해 벗겨지고 있었다.

 두개골에 톱질을 하여 고스란히 들어내고는 노출된 채 떨고 있는 대뇌에 소금과 후추가루와 레몬즙을 뿌리고 큰 숟가락으로 퍼 내려는 참이었다.

 (나의 뇌…….) 라고 그 자신인 대뇌는 생각했다.

 (이건 어떤 맛이 날까? 살아 있으면서 자신의 뇌 맛을 본 사람이 있을까?)

 숟가락이 움푹 회색빛 뇌에 꽂혔다.

 감각이 없는 대뇌피부는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기계팔이 허옇게 물컹거리는 그것을 해골의 입으로 가져오자, 입은 물컹물컹 그것을 씹어 삼켰으나 이제 맛은 알 수 없었다.

 

 

 

 “타살입니다.”

 방에서 나온 형사반장은 입구에 몰려있는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것도 전례가 없는 흉악하고도 편집광적인 범죄입니다. 범인은…….”

 “아마도 의학 지식이 있는 편집증 환자인 것 같습니다. 시체를 토막낸 뒤 갖가지 인공장기들을 이어서 무슨 광기어린 실험을 한 듯합니다.”

 기자들을 쫓아내고 나서 형사반장은 방 안으로 들어와 피곤한 듯이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다른 형사가 소각로 앞에 와서 눈치를 주었다.

 “테이프는 태웠습니다.”

 형사는 말했다.

 “그런데 왜 ‘타살’이라고 하셨지요?”

 “미풍양속을 위해서다.”

 반장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타살로 해서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미궁에 빠지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일을 사실 그대로 발표할 수는 없어…….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이런 광기어린 자기 파괴의 충동을 선량한 시민들에게 그대로 보여줄 수는 없어. 그런 일을 하면 우리들 인간 존재의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흉악한 괴수에게 당해 버리고 만다. 광기 어린 공격 충동을 섣불리 풀어주면 반드시 흉내를 내는 놈이 나온다. 더 심한 짓을 하는 놈도 나올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이런 사실을 많은 사람이 문득 느끼게 된다면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자신감을 잃고 자기 마음 속의 암흑을 엿보게 되고 점점 만져보기 시작하고 그리고 결국은 늪에 빠져서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인간 존재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광기이며 그 광기의 정체는 동물적이고 맹목적인 공격충동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만일 많은 사람들이 '욕망의 해방'이나 '존재의 해방'이라는 미명하에 이런 광기를 해방시켜 버린다면……. 그건 안돼. 인간 사회의 파괴이다. 어떤 법이나 힘이나 질서를 써도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서로 죽이고 파괴하고 자기살을 베어내고……. 그렇지 않아도 지금 그런 징조가 보인다. 불붙은 다이나마이트를 삼키고 자살하는 사람, 휘발유를 뒤집어 쓰고 성냥을 긋는 사람, 대낮에 시내 한가운데서 벌거숭이로 섹스를 하는 사람, 사회 안에서 이성적으로 공격할 대상이 없어져 가면 오갈 데 없는 괴수들이 광기의 공격을 시작한다.”

 "앗!"

 젊은 형사가 비명을 질렀다.

 해골의 입에 물려있는 숟갈을 빼 내려는 순간 이미 썩은 냄새를 풍기고 있던 해골이 형사의 손가락을 덥석 물어뜯은 것이다.

 그는 황급히 손가락을 잡아 뺐지만 끝부분의 살점이 잘려나가고 말았다.

 "조심해라."

 반장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동물적 생명의 기본은 그 흉악한, 무엇이든 잘 먹고 잘 삼키는 입이니 말이다."

 노출된 뇌도, 단 한 개 남은 안구도 물컹거리기 시작한 해골은 안면 근육 대신 스프링의 힘을 빌려서 그 용맹한 이빨과 부어 오른 혓바닥 사이로 지금 물어뜯은 고기조각을 천천히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