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미래

츠츠이 야스타카

 

 세상이 이렇게 갈수록 문명화가 되면 인간이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어진다. 기계가 전부 다 해 주는 것이다.

 교외의 큰 집에서 살고 싶다든지, 여기저기 여행을 하며 돌아다니고 싶다든지, 또는 유명해지고 싶다든지 등등, 이런 욕망이 없다면 굳이 일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돈이 없어도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가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직업은 없다. 일이 없으므로 가진 돈도 없다. 그래도 의식주에 대한 불편은 느끼지 않으니까 어쨌든 팔자는 좋은 편이다. 거주할 집은 있다. 정부에서 지은 거대한 건물의 한 방에서 살고 있다. 무직독신자용 방인데, 집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초라한 싸구려 방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가구는 갖추어져 있고, 벽에는 전축까지 설치되어 있다. 특별히 할 일이 있다든가 하지도 않았으므로 나는 방에 혼자 틀어박혀 따분해 하고 있었다. 몇 번이고 하품을 한 뒤에 음악이라도 들으려고 FM 스테레오 방송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나 조용하게 음악을 즐길 수는 없었다. 연주가 30초 정도 이어질라 치면 곧 다음 30초는 광고가 들어가는 것이다. 음악 소리는 이내 중단되었다. 광고는 공공방송에까지도 들어가 있었다.

 일 없는 무직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걷히는 세금도 점점 줄어들어서, 정부에서는 예산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결국은 공공방송에도 스폰서를 붙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음악이 이렇게 토막토막 끊긴다면 듣고 있어도 짜증만 나는 노릇이다.

 나는 스위치를 꺼 버린 뒤 마땅히 할 일도 없어서 방을 나왔다. 산책이라도 하면 혹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동네의 큰 길에도 광고 음악이 흐르고 있고, 건물들은 온통 광고 간판이 뒤덮고 있어서 아예 벽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보도에까지 광고문이 쓰여져 있었다.

 귀여운 아가씨가 걷고 있어도 대부분은 광고용 모델이므로 섣불리 말을 걸 수도 없다. 손목 하나 잡지 못하는 사이에 상품을 강매 당하고 만다.

 그 대신 길을 가다 보면 광고인들이 여러가지 견본품을 나눠준다. 약이나 음식물,속옷, 때로는 운동복이나 바지나 간단한 코트까지 준다. 이런 공짜상품만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여보세요."

 양 손 가득히 레코드판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비누를 이용하시려면 저희 로켓표 회사 제품을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저희 회사에서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그는 나에게 레코드판을 몇 장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모짜르트와 바그너였다. 좋은 것을 받았구나 생각하며 기분 좋게 걸어가는데, 또 어떤 여자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레코드판을 나눠주고 있다.

 "부르트제약입니다. 초컬릿 레코드와 쌀과자 레코드를 즐겨주십시오."

 그녀도 나에게 몇 장의 레코드판을 나눠주었다. 초콜릿과 쌀과자를 레코드로 만든 것 같았다.

 이런 레코드를 받았으니 집에 돌아가서 전축으로 한 번 들어봐야겠지. 어떤 음악이 들어있는지 기대가 된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도중에 정부의 광고용 자동차가 시민들에게 포고령을 알

리는 광경을 보았다.

 "시민 여러분. 이번에 정부에서는 공공방송의 광고비를 인상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서 여러분 집의 오디오는 하루종일 켜 놓아야 하는 것으로 새롭게 법규가 개정되었습니다. 광고가 시끄럽다고 해서 방송 도중에 라디오를 끄시면 처벌을 받습니다. 다만 오디오로 레코드를 듣고 계실 때에는 라디오를 끄셔도 무방합니다."

 이건 큰일이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 현재도 온 동네는 광고방송으로 요란하다. 길을 걷자면 두통을 일으키게 될 정도다. 조용하게 있고 싶으면 그저 방에 틀어박히는 수 밖에 없다. 그나마도 두꺼운 창을 꼭 닫고 방음을 철저히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밖의 소음이 흘러 들어온다.

 그런데 라디오를 항상 켜 놓지 않으면 처벌당한다니, 이제 어딜 가도 조용한 생활은 틀렸다는 것 아닌가.

 그래도 괜찮다. 레코드판을 듣고 있을 때에는 라디오를 꺼도 된다니까, 조용한 곡만 듣고 있으면 된다.

 나는 방으로 돌아온 뒤, 창을 꼭꼭 닫고 완전한 방음 상태를 만들었다. 그리고 재빨리 전축 스위치를 넣었다.

 공공방송은 여전히 광고만 하고 있었다.

 나는 곧 레코드판을 갈아끼우고, 먼저 초컬릿으로 만들어진 음반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였다. 두 세 번 듣다보니 이내 질려버렸다. 게다가 음반 재료가 초컬릿이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가 나빠졌다. 나는 그 레코드판을 씹어 먹어버리고, 다음으로 쌀과자로 만든 음반을 들어보았다.

 역시 유행가였다. 더구나 상당히 시끄러운 곡이어서 잠시 듣는 사이에 두통이 일어나려고 했으므로 이것도 서둘러 먹어버렸다.

 다음은 모짜르트와 바그너이다. 먼저 모짜르트를 들었다.

 그러나 이 음반에는 10초 간격으로 로켓표 비누의 광고가 들어있었다. 과연 무료로 나눠주는 물건답군. 이건 공공방송보다도 더 심하다. 바그너도 들어봤지만 역시 똑같았다.

 아무래도 광고가 들어있지 않은 조용한 음반은 돈을 내고 레코드점에서 살 수 밖에 없겠군...... 나는 그런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광고를 너무 많이 들어서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으므로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동네는 여전히 광고의 홍수였다.

 레코드점이 있었으므로 나는 그리 들어갔지만, 주머니에는 500엔짜리 지폐가 한 장 들어있을 뿐이다. 이것을 가지고 레코드판을 살 수 있을지 어떨지 몰랐지만, 일단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조용한 클래식 음반 있습니까? 무슨 곡이든 상관은 없는데."

 "있습니다. 요즘 손님들은 모두 그런 걸 찾으십니다. 잠깐만... 예, 이것은 제일 싼 100엔 짜리입니다."

 "100엔이라구? 정말 싸군요. 한번 틀어봐주시겠소?"

 "알겠습니다."

 과연 들어보니 역시 조용한 음악이긴 했지만, 그것에 조차도 광고가 들어있는 것에는 놀라고 말았다.

 "왜 레코드가게에서 팔고 있는 음반에도 광고가 들어있는 거죠?"

 놀란 표정의 나에게 주인은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스폰서가 붙어 있니까 값이 싼 것입니다. 200엔 짜리 레코드판은 30초마다 한 번, 300엔 짜리는 1분에 한 번, 이런 식으로 값이 올라감에 따라 광고의 수는 줄어듭니다."

 "가진 돈은 500엔 밖에 없는데......"

 "500엔이라면 광고는 5분마다 한 번씩 들어갑니다. 그래도 라디오보다는 나은 편이지요."

 "그렇군요. 그럼 그것을 사도록 하지요. 그런데 광고가 전혀없는 음반은 없나요?"

 "있습니다. 10만엔입니다."

 그렇게 큰 돈은 물론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 그 음반에는 어떤 곡이 들어있는 거죠?"

 "아무 곡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아무 소리도 안 나오는 레코드판입니다."

 주인은 씨익 웃고서는 고개를 끄떡이며 덧붙였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값진 것은 정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