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관리인

토요타 아리츠네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기에 나는 관리인실 창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구질구질하게 낡은 차 한 대가 들어와서 전차대(轉車臺) 위에 막 자리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야 이놈아! 누구 허락을 받고 들어왔어?"

내 고함소리와 때를 맞추어 그 고물차의 운전석 차창 밖으로 낡은 넥타이를 맨 한 중년남성이 머리를 내밀었다. 그는 애처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부탁입니다. 주차 좀 시켜 주세요."

주차를 하고 싶으면 일단 차에서 내려서 정중하게 부탁을 해야 마땅한 것인데, 저 건방진 작자는 보잘 것 없는 차를 타고 온 주제에 한술 더 떠서 차 안에서 부탁을 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짓이야? 그따위 똥차를 끌고 온 주제에 누구 맘대로 들어오라 그랬어? 여기는 너같은 놈이 올 곳이 아니니까 당장 꺼져!"

그제서야 그 중년남성은 서둘러 차에서 내리더니 허리를 부러뜨릴 듯 구부리며 절을 세 번이나 되풀이했다.

"기분 나쁘게 해 드려서 정말 뭐라고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용서를 비니, 제발 주차 좀 시켜 주시옵소서."

"안 돼. 순서를 기다리는 차가 줄 서 있는데, 더구나 너같은 고물차는 어림도 없어."

"제발 어떻게 좀......"

중년남성은 콘크리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먹거리며 애원했다. 그러면서 괘씸하게도 내 넥타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난 피에르 가르뎅 넥타이 이외에는 매지 않는데, 이 따위 녀석이 더럽히다니 안될 말이다.

"어허, 이것 놓지 못해? 감히 어딜."

내가 계속 호통을 치자 그 남자는 슬며시 일어나더니,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고물차의 운전석으로 기어 들어갔다.

후진등을 켠 그 고물차가 주차장을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한 다음, 나는 다시 관리실 안으로 들어왔다.

원격 조종 장치의 단추를 눌러 벽에 달린 독일제 블라우 풍크트 오디오의 전원을 넣은 뒤, 와인박스를 끌어당겨 1850년산 모젤 와인을 한 잔 채워서 단숨에 들이켰다.

오래 살다보니 참으로 이상한 놈이 다 들어오는군. 나는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나는 엘리트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선택받은 공인 주차장 관리사다.

도쿄의 자동차는 매년 늘어만 가고 있다. 옛날에는 무료 주차장이 있었다고들 하지만 지금은 꿈같은 얘기다.

내가 관리하고 있는 주차장은 도쿄의 중심부인 치요다 구(千代田區) 간다(神田)에 있는데, 이 일대는 출판사나 상점이 밀집해 있는 곳이라서 주차장의 면적이 턱없이 모자란 지역이다.


나는 바흐의 진혼곡을 들으면서 포크너의 단편을 읽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 또 차 한 대가 나타났다. 갑자기 경적을 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주차장 예의를 꽤 아는 것 같다.

손님은 숨이 막힐 것만 같은 미모를 가진 젊은 여인이었는데, 이미 차에서 내려 예의 바르게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관리실 밖으로 나갔다.

"저어, 혹시 괜찮으시다면 주차 좀 할 수 있을까요?"

여자는 방긋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가 더 매력적이었다. 남에게 부탁을 할 때에는 이렇게 하는 법이다. 그래야 이 쪽에서도 기분 좋게 대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여유가 없어서..."

나는 일단 거드름을 부리며 거절을 했다. 그러자 그 여자는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처럼 촉촉한 눈매로 나를 바라보았다. 은은한 향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아주 잠깐 동안만 어떻게 안 될까요?"

"음, 그래. 잠깐이라면 될 지도 모르겠군."

나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 여자 손을 잡아 끌고 관리인실로 들어갔다. 여자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고 따라 들어왔다.

나는 아무 말도 않고 여자를 밀어 넘어뜨렸다.

바흐의 진혼곡은 이제 도입부가 끝나고 '신의 양'부분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신이다. 그리고 이 여자는 불쌍한 양이다.

잠시 뒤 나는 여자를 떼어놓고 일어섰다.

"자, 이제 차는 내게 맡기고 볼 일 보라구."

"오늘은 내가 담당을 하고 있는 회사의 예방접종이 있는 날인데...늦었어!"

여자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황급히 일어나 자동차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차안에서 진찰가방을 집어 들고 부리나케 주차장을 뛰어나갔다.

나는 미인의사가 타고 온 날렵한 모양의 스포츠 카를 입체 주차장의 회전 곤돌라에 세워 놓고는 다시 관리실로 돌아왔다.

나는 바흐를 들으며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했다.

아주 먼 옛날, 그러니까 일본에서 자동차가 처음 보급되고 나서 상당 기간동안, 주차장 관리사는 정년퇴직을 한 노인이나 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마르고 주름살 투성이인 노인이 바람부는 주차장 한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벌벌 떨면서 담배꽁초를 물고 있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매년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공장에서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요즘 세상에는 차를 주차할 공간이 매우 부족하게 되었다.

내가 피눈물나는 노력 끝에 주차장 관리사가 된 것도, 이 직업이 현대에 가장 각광받는 엘리트 직종이기 때문이다.

고생해가며 대학을 나와 은행에 취직한다 해도 언제나 고객에게 꾸벅꾸벅 거려야 한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은행강도라도 만나면 기관총으로 머리를 얻어맞기 십상이다.

정치가가 된다 해도 역시 정적이 보낸 깡패들에게 한번쯤 두드려 맞기 일쑤이고, 혹은 큰 뇌물을 하나 꿀꺽 했다 싶으면 결국은 형사들이 들이닥쳐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만다.

그에 비하면 주차장 관리사처럼 흔들림 없는 권위를 누릴 수 있는 직업은 없다. 옛날에는 작가나 대학교수 등이 세상에서 존경을 받았으나, 지금 사회적 지위가 가장 높은 것은 주차장 관리사와 택시 운전기사이다.

이것은 경제학의 법칙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치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오는 간단한 문제이다. 주차장은 아무리 있어도 모자라고, 도심에서 주차를 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붐빈다. 이처럼 수지 맞는 직종은 없다.

"어이 이봐. 차 좀 빼 주게."

갑자기 아주 큰 목소리가 나의 사색을 중단시켰다.


나는 관리인실을 뛰쳐나갔다. 대학을 갓 졸업한 듯한 젊은 녀석이 서 있었다. 꽤나 덩치가 큰 거구였다.

"뭐야!"

나는 벌컥 화를 냈다. 이런 괘씸한 녀석은 처음이다.

"이봐, 사장님께서 외출하신다. 차를 빨리 빼 와. [카쿠마루]물산의 벤츠다."

"뭐라구? 벤츠든 뭐든 그 말버릇이 뭐야!"

"야, 사장님은 지금 급하단 말야."

"너의 사장이 누구인지 내가 알게 뭐냐!"

그 큰 몸집의 사나이는 갑자기 내 목덜미를 움켜쥐더니 목을 점점 죄었다.

"그...그...그만해. 이것 놔!"

내가 소리를 지르자 저쪽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가 달려왔다. 나와는 잘 아는 사이인 [카쿠마루]물산의 모리시타라는 남자다.

모리시타는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젊은 사나이를 보고서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며 소리쳤다.

"이봐 쿠보타군, 무슨 짓이야! 어서 그 손을 놓지 못해!"

모리시타가 달려들어 마구 뜯어말렸으므로 쿠보타라는 젊은 녀석은 겨우 나를 놔 주었다.

"선생님,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모리시타는 내 곁에 바싹 붙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봐, 이 불한당 같은 녀석은 도대체 뭐야!"

"아... 네... 화를 내시는 건 당연하십니다만, 시골 촌놈이라 아직 뭘 모르고 한 짓이니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주십시오."

"시끄러워. 어떻게 할 셈이야? 주차장 관리사인 내가 사회적으로 이처럼 봉변을 당해도 되는 거야? 상처받은 내 명성은 완전히 모욕의 흙탕물로 더럽혀지고 말았어. 오늘 밤은 주차장 관리사 협회 주최로 불우이웃돕기 기금마련을 위한 파티가 있는데... 아아, 부끄럽다. 너무나도 수치스러워 참가할 수가 없다."

"네... 네...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어이... 이봐 쿠보타군. 어서 선생님께 사과드려."

모리시타는 거의 애원조로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리시타씨, 이 녀석이 사장님의 차를......"

"입 닥치게, 자네. '이 녀석'이라니, 말버릇이 그게 뭔가?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아니, 그래도......"

"잘 들어, 이 친구야. 심각한 주차난 속에서도 우리 카쿠마루물산이 이 주차장과 계속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선생님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네. 즉, 우리 카쿠마루물산의 발전은 한 마디로 선생님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구. 그런데 자네는 선생님이 베풀어주신 그런 은혜를 짓밟아 버릴 셈인가? 당신은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나, 쿠보타군?"

"아뇨..."

쿠보타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저지른 일의 중대함을 겨우 깨달은 것이다. 아마도 이 사나이는 어딘가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갓 취직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멋도 모르고 이런 무례한 짓을 저지른 것이겠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철저하게 길들여 놓는 것은 이 친구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네 이놈. 감히 어디다 대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는게냐."

내가 크게 호통을 치자 쿠보타는 더욱 깊숙히 고개를 숙였다.

"자네, 어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모리시타의 말을 듣고 쿠보타는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 머리에 다리를 얹고는, 있는 힘을 다해서 밟아 버렸다. 쿠보타는 그 자리에서 나동그라졌다가 천천히 일어나면서 원망스럽다는 듯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뭐야 그 표정은. 아직도 불만인가?"

나는 쿠보타의 목덜미를 붙잡고 일으켜 세운 뒤, 다시 주먹을 한 방 날렸다.

쿠보타는 회전 곤돌라 기둥에 머리를 부딪히고는 기절해버렸다.

"모리시타 이놈아. 저 녀석이 저렇게 버르장머리없는 것은 네가 교육을 잘못 시켜서 그런 거야."

나는 모리시타 쪽을 돌아보았다.

"어때, 네 잘못을 반성하겠나?"

"아이구, 정말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모리시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 스스로 나자빠지면서 기둥에 머리를 박고 기절을 하고 말았다.

그 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퉁퉁하게 살찐 중년남자 하나가 나왔다. 한 번 본 적이 있는 카쿠마루물산의 사장이었다.

나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고 있었으므로 사장에게도 냅다 발길질을 해 버렸다.


언제부턴가 주차장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어머! 멋있어라."

"난 시집 간다면 역시 주차장 관리사가 좋아."

들뜬 목소리로 환호성을 올리고 있는 것은 근처 회사의 여사원들이었다. 다섯 살 정도의 남자아이를 데리고 있던 주부 하나가 말했다.

"알겠니, 아가야? 어른이 되면 저 아저씨처럼 훌륭해져야 돼."

"아랐쪄. 난 엄마가 말하는 대루 주차장 관리사가 될 꺼야."

사람들 중에는 사인을 해 달라는 작자들까지 있었다. 여자들은 연신 환호를 올리며 매달리려고 했다.

"자, 비키시오, 비켜요."

나는 군중들을 내쫓은 다음 관리인실로 들어왔다. 할 일이 많으므로 사람들과 노닥거릴 시간은 없었다.

먼저 출판사로부터 의뢰받은 원고를 쓰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이미 [불의 나라의 주차장], [금단의 주차장] 등 많은 저서를 내었다.

그리고 괘씸한 내용의 방송을 한 방송국에 대해서 보이코트 성명도 내야 한다. 이 방송국은 감히 신성한 주차장이 마약의 밀매 장소이며, 주차장 관리사가 마약 밀매 조직의 보스라는 따위의 얘기를 해 댔다. 그래서 주차장 관리사 협회에서는 이 방송국의 자동차를 일체 받지 않도록 결정한 것이다.

나는 [카마 프로덕션]으로부터 작사도 부탁받았다. 요즘 한창 인기있는 여가수 베니에(紅江) 나미가 부를 [주차장 블루스]라는 노래이다.

원고지를 서너줄 채워 갈 즈음, 전화벨이 울렸다.

"앗, 선생님이십니까? 바쁘신 와중에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내년의 국제 안전 보장 협약 개정에 대해 문화인 대표로서 한 말씀 의견을 여쭙고 싶사오니 내일 7시에 와 주셨으면 해서요...."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방송국 PD였다.

"내일 7시라... 알았다. 가 보도록 하지."

"바로 승낙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면 내일 밤 리무진을 보내드리겠으니,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방송국 PD와의 전화를 마친 다음, 다시 원고를 쓰기 시작하려는데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나가 보니 주차장 입구에 자동차가 한 대 세워져 있고, 한 남자가 큰절을 하고 있었다. 양손을 앞으로 뻗고 마치 이슬람교도가 절을 하듯이 이마를 바닥에 바싹 갖다 붙인 채였다.

입고 있는 옷도 고급스러워 보였으며 자동차는 리무진인 링컨 컨티넨탈이었다. 아마도 어떤 회사의 사장쯤 되는 모양이다. 그래도 자기 회사에서는 부하 사원들을 죽어라고 부려먹겠지.

나는 갑자기 그 남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묵묵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으므로 나는 친절하게 말을 건네주기로 했다.

"어서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