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사이토 사카에

 

 누구나 버릇이 있기 마련인 것처럼 사람들은 또한 한 가지 씩의 특기는 가지고 있는 법이다. 물론 그것이 그 사람에게 다행이던 불행이던 간에 말이다.

 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더구나 그의 경우는 선천적인 재능인 것처럼 보였다.

 태어나서 몇 개월이 지난 뒤, 그는 처음으로 말을 했다.

 "엄마, 엄마..."

 그의 어머니는 매우 기뻐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놀랄 일이 벌어졌다. 그가 점점 더 말을 배우면서 '안녕하세요. 빠이빠이...' 등을 말하기 시작하자, 그의 어머니는 미친 듯이 좋아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

라, 그의 목소리가 사투리가 섞인 것까지 똑같은 어머니의 음성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나하고 똑같은 목소리로 말을 해요."

 어머니는 아주 신이 났다. 더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 기쁨은 놀라움으로 변해 갔다.

 '빨리 들어 오세요' 라고 어머니의 음성으로 말한 뒤에는, '배가 고프다' 라고 굵은 아버지 목소리로 말하는 식이었다. 즉, 한 마디로 말해서 그는 귀여운 구관조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게다가 손님이 왔다

간 다음에 그가 그 손님의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내면, 어머니는 혼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잘한다, 잘한다. 정말 똑 같구나' 라며 그를 칭찬하는 것이었다.

 국민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그는 이 특기를 나쁜 장난에 이용하는 즐거움을 배웠다.

 어느날 그는 담임 선생님이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하게 공원 의자에 앉아 있는 광경을 발견하였다.

 그는 의자 뒤의 숲 속으로 숨어 들어간 뒤 큰 소리로 말했다.

 "교육자가 그래서는 안 돼요."

 그것은 교장선생님의 화난 목소리와 똑같았으므로, 두 사람은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멍한 표정으로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는 온 몸으로 통쾌함과 짜릿함을 느꼈다.

 그의 담임선생님은 지독한 권위주의자여서 평소 그가 몹시 싫어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자신의 목소리가 커다란 무기나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국민학생 시절에는 그런 정도를 제외하면 그다지 못된 장난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학교에 진학한 뒤 그는 많이 달라졌다. 자신의 특기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일을 벌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그는 친구들한테서 한 번에 얼마씩을 받고 대리출석을 해 주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은 대개 출석부만 쳐다보며 이름을 부를 뿐, 누가 대답을 하는지는 잘 확인하지 않았다. 그는 이 장사로 꽤나 짭짤한 맛을 볼 수 있었다.

 다음은 '연애전화'.

 중학생이라고는 해도 조숙한 친구들은 이미 연애 비슷한 것을 하고들 있었다. 그 중에는 별나게 극성스런 녀석들이 있어서 삼각관계나 사각관계를 가진 친구들도 드물지 않았다.

 그럴 경우에 그는 일정액을 받고서는 '연애전화'를 대행하여 친구들의 삼각관계를 들키지 않게 도와 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너만 생각하고 있어'라며 그가 친구 A의 목소리로 A의 여자친구와 전화로 얘

기할 때, A는 다른 남학생의 여자 친구와 볼링장에 간다는 식이었다. 물론 그 밖에도 사랑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전화도 수없이 대신해주었다.

 거의 그런 식의 생활을 하며 그는 고등학교로, 대학교로 진학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목소리를 바꾸면 정말 신기할 정도로 수입을 올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개그맨이나 연예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내 목소리는 세계에서 최고다. 연예인 따위는 되어 봤자다. 자, 앞으로 두고 봐라...'

 그는 마음 속으로 결심한 것이 있었다. 겉으로는 그저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하면서 그는 때를 기다렸다. 자동차의 운전면허를 따고 마약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권총으로 사격연습도 했다.

 그러다가 25살이 되던 해 봄.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최대한으로 이용한 대사업에 착수했다. 그것은 유괴청부업이었다.

 특히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치경제계에서는 상대방들 간에 서로를 제거하려는 치열한 암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방어자세만을 취하고 있을 뿐, 살인청부업자에게 직접 부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유괴, 또는 불러내는 것을 전문으로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여보시오? 나다. 총리대신이다. 이번에 자네를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싶은데, 지금 좀 비밀리에 ‘하코네’ 까지 와 줄 수 없겠나? 장소는..."

 이런 식으로 그는 정치계의 거물들을 일정 장소로 불러내는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가 정말 똑같았으므로 이 방법은 백이면 백 모두 성공하였다. 호출을 받은 사람들은 가슴을 설레이며 몰래 집을 나온 뒤, 곧바로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다.

 물론 그는 전화를 거는 것 외에는 아무 짓도 안 했다. 그는 살인을 정말 싫어했다. 그저 사례로 오천만엔이나 육천만엔을 받기만 할 뿐이었다.

 목소리 하나를 자본삼아 시작한 그는 마침내 몇 년이 지나자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또 어느 사이에 암흑가의 대 보스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는 태어나자 마자 '엄마, 엄마...'라고 말을 하여 어머니를 기쁘게

한 일 따위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사업은 대성공을 거둔 것 같았다. 그러나 경찰도 그 동안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완벽한 가짜전화 사건이 거듭 발생하자 마침내 그것이 동일인물의 소행임을 눈치챈 것이다.

 경찰은 손가락의 지문처럼 그의 목소리가 가진 독특한 '성문'을 발견했다.

 "성대모사를 할 수 있는 놈을 잡아라!"

 수사진은 하나하나 가능성 있는 인물들을 추적했고, 수사망은 점점 좁혀져 갔다.

 마침내 어느 맑은 가을 날이었다.

 공중전화에서 상공회의소 회장을 불러내려 하고 있던 그는 경찰의 전화 신호 추적으로 결국 현장에서 잡히고 말았다.

 "네 이놈! 무슨 짓이냐!"

 그는 방위청 장관의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얌전히 있어."

 다섯 명의 형사가 그를 꼼짝 못하게 붙잡아 누른 뒤, 그의 손목에 차가운 금속 수갑을 채웠다.

 "참으로 웃긴 일을 다 당하는군."

 그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한 희극 배우의 목소리로 비웃었다.

 "아니 이놈이! 그래도 장난을 쳐?"

 형사는 화를 내며 그의 옆구리를 쳤다.

 "언제까지 목소리를 바꾸고 있을 작정이야, 똑바로 못 해?"

 그는 입을 다물었다. 체포된 그는 이윽고 관할 경찰서의 취조실로 끌려들어가 형사들에게 둘러싸였다.

 "자네들은 정말 괘씸하군 그래."

 그는 도지사의 말투로 말하고는 씨익 웃어보였다.

 "성대모사는 이제 그만 집어치우지 못해!"

 형사반장에게 야단을 맞은 뒤 그는 또 입을 다물었다.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목소리로 무죄를 입증하려고 마음먹었다.

 목소리가 목 끝까지 올라왔다. 그 목소리는 틀림없이 그 자신의 것이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말도 한 가지 뿐이었다.

 "엄마,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