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 양파

코마츠 사쿄

 

"대장놈이 어째 좀 이상한데요?"

사육사 한 명이 보고했다.

"어떤 대장?"

책상에서 업무에 몰두하던 동물원 부속연구소의 당담연구원은 머리를 들었다.

"원숭이나라 쪽입니다."

"아아, 대머리녀석 말이군."

연구원은 서류를 옆에 밀어놓고 큰 하품을 했다.

"어떻게 이상한데?"

"혼자 무리에서 떨어져 이상하게 신경질적인 행동을 하는데요."

"노이로제에 걸렸나?"

연구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덧붙였다.

"그 녀석도 이제 서서히 갱년기겠지. 언제부터 그랬나?"

"어제부터입니다. 병이 났나 하고도 생각해봤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약간 흐린 날씨에 평일이었기에 손님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물개가 있는 수영장과 원숭이섬은 어린 아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 주위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연구원은 시멘트로 된 깊고 둥근 도랑 저편에 솟아오른, 자주빛의 인공암석으로 만들어진 산을 바라보았다. 우락부락한 밤색털의 원숭이들이 여기저기 떼지어 몰려다니며 검고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거나 달리기를 하거나 이를 잡거나 캬라멜이나 땅콩, 귤 봉지 등을 주워들어 입으로 가져가거나 하고 있었다.

"어디야? 대머리녀석은 어디 있지?"

"저 쪽 구석에...아아, 저기 있습니다."

무리중에서도 덩치가 큰 대장 원숭이는 산꼭대기 근처, 바위 하나가 마치 나무 가지처럼 튀어나온 곳에 점잖게 앉아서 뭔가 손에 쥔 것을 열심히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다른 원숭이들이 가까이 가려하면 무서운 몸짓으로 위협을 하고는 다시 손에 든 그것을 열심히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다른 원숭이들이 아무런 훼방을 놓지 않아도, 그 녀석은 잠시 시간이 지난 뒤엔 맹렬하게 신경질을 부리며 이빨을 드러내거나 하늘을 보고 끽끽거리며 소리를 지르거나 바위에서 쿵쿵 발을 구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또다시 손에 쥔 것을 만지작거렸다.

"뭘 가지고 있는 거죠?"

사육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반지 같은 것을 주워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설마.....원숭이가 그런 것에 흥미를 갖는 일은 없어."

"그래도 어제 아침부터 계속 저러고 있는데요......뭘 주웠길래 저러지?"

"모르겠는데. 전에 한번, 관람객이 떨어뜨린건지 일부러 던져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거울을 주은 원숭이가 있었어."

"그래서 그 원숭이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역시 며칠 동안은 무리에서 떨어져 이상하다는 듯이 혼자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음.....결국 어떻게 되었더라? 아, 우리들은 '저 원숭이는 이제 의식을 가지게 되겠어' 라며 웃었지만 결국 아무 일도 없었지."

"그냥 놔 둘까요?"

"그래, 얼마 있으면 싫증내겠지."

* * * *

그러나 2,3일이 지나는 사이 상황은 악화되어 갔다. 대장 원숭이인 [대머리]는 결국 정신이 이상해져서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도랑 속을 끽끽거리며 이빨을 드러내고 굴러다니게 되었고, 이번에는 다음 대장감이라고 보여지던 젊고 큰 원숭이 한 녀석이 그 '무언가'를 손에 들고는 똑같은 짓을 시작한 것이다. [대머리]는 대장 자리를 포기한 것처럼 보였지만 새로운 대장은 아직 승인되지 않았는지, 다른 대장후보가 두 번째 원숭이에게 달려들고는 그 '무언가'를 뺏으려고 한바탕 싸움과 추적과 혼란이 일어나곤 했다. 다른 원숭이들도 그 정체불명의 물건에 아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원숭이섬 안에서는 계속 흥분과 동요가 일고 있었다.

"이거 난리났군."

연구원은 낭패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손이 부족하니 내일 동물원이 개장하기 전에 저 이상한 것을 빼앗도록 하자."

"대체 저게 뭘까요?"

사육사는 말했다.

"망원경을 가지고 올까요?"

사육사는 방에서 망원경을 가지고 왔다. 동그란 시야 속에 대장 후보 녀석의 붉은 얼굴이 들어왔고, 이어 손에 쥔 작은 공 같은 물건이 보였다. 그 놈은 시커먼 손가락으로 그 공 같은 것의 표면을 정신없이 할퀴고 있었다.

"뭐냐? 저건.....뭔가 조그마한 양파같기도 한데......"

"양파라고요?"

사육사는 눈을 크게 떴다.

"원숭이에게 양파를 주면 까도 까도 껍질뿐이라서 신경질을 내고 만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설마 농담이겠죠? 껍질을 벗기기 전에 먹어버리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저 녀석은......"

연구원은 말했다.

"정신없이 무언가를 벗기고 있는데?"

* * * *

다음날 아침이 되니 원숭이섬은 이미 공황상태였다. 데굴데굴 구르는 놈, 시멘트 벽을 박박 긁어대고 있는 놈, 마구 뛰어다니는 놈 등등, 모든 원숭이들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여 그 작고 흰 공 같은 것을 빼앗으려고 서로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거 큰일났다!"

직원이나 사육사들은 모두 모여들어 웅성거렸다.

"어떻게 해서든지 저 난장판을 가라앉혀야지. 무엇보다도 먼저 저 이상한 것을 빼앗아야 한다!"

할퀴우고 물리며 한바탕 난리를 치른 끝에 겨우 원숭이들에게 가벼운 진정제를 놓고 그 문제의 공을 빼앗는 데 성공한 사육사들은 모두들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책상 위에는 간신히 원숭이들에게서 빼앗아온 희고 작고 동그란 것이 달랑 놓여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뭘까?"

누군가가 그것을 손으로 집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양파다......"

"양파?"

"그래요. 아무리 봐도 양파입니다. 이것 좀 보세요."

사나이는 반들거리는 껍질을 손톱으로 벗겨 보았다. 양파와 마찬가지로 껍질은 쉽게 벗겨졌다.

"아니, 냄새가 조금 달라. 적어도 보통 양파는 아닌것 같아."

"보통 양파하고 어디가 다른데?"

"이걸 봐. 자......"

다른 사나이가 또 껍질을 벗겼다. 한 꺼풀을 벗기고 또 벗겻다. 그리고 또 계속해서 벗기고 또 벗겼다.

"이것 봐......자.......자......"

사나이는 땀을 흘리며 껍질을 계속 벗겨나갔다. 책상 위에는 이내 양파 껍질이 수북하게 한 무더기가 쌓였다.

그러나 껍질을 벗기고 또 벗겨도 그 주먹만한 양파는 원래 크기 그대로였다.

사나이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것은......아무래도 지구의 것이 아니야."

다른 누군가가 소리쳤다.

"4차원 양파다!"

* * * *

벗겨도 벗겨도 껍질이 없어지지 않는 [4차원 양파]에 대한 소문이 차츰 차츰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학자들은 처음에는 코웃음을 쳤으나, 그것을 직접 보고서는 곧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

4차원 양파는 동물원에서 대학으로 옮겨졌다. 식물학자가 정밀한 조사 끝에 확실히 식물성인 점은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X레이 사진을 찍어보았으나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학자들은 계속 껍질을 벗겼다.

그러나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었다.

이상한 양파에 대한 소식은 전 세계로 퍼져,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유명한 학자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모두들 직접 두 눈으로 그 불가사의한 양파를 확인하고서는 멍청한 표정이 되었다가, 결국 어찌할 수 없어 흥분하거나 손을 휘두르고 침을 튀기며 소리만 꽥꽥 질러댔다.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 내가 옳으니 네가 틀렸니 하며 싸움이 벌어기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개중에는 너무도 흥분하여 정신이 이상해지는 사람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비교적 침착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양파형의 4차원적 괴물체 연구를 위한 국제 합동 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조직이 결성되었다. 식물학자, 생물학자, 물리학자, 화학자, 수학자들이 모여 4차원 양파를 가운데 놓고 이런저런 논의를 끝없이 펼쳐나갔다.

"확실히 이 작은 물체에는 우리가 이론적으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실제로 증명할 수 없는 '4차원 공간'의 비밀이 들어 있다."

"이 괴물체 내부의 공간 구조를 해명한다면, 우리들의 과학은 더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다!"

"아니, 아직 우리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지식이 얼마나 경박한가를 알리기 위해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보낸 경고같은 것이다. 함부로 해명하려 한다면 도리어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그 직경 2cm정도의 양파 속에 4차원 공간 같은 것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긴 바늘을 꽂으면 끄트머리는 바늘과 직각 방향에서 나왔다. 즉, 그 양파의 내부에서는 '물체의 굴절'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손톱만으로도 쉽게 껍질을 벗길 수 있었지만, 1,000톤의 프레스로 내리쳐도 멀쩡하게 제 모습을 유지했다. 몇만 볼트의 전류를 흘려도 표면만 검게 탈 뿐, 한 껍질을 벗기면 또다시 원래의 싱싱한 껍질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 양파 속에는 갇힌 공간이 있다고 추측된다."

"어떤 거대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가한다면 갇힌 공간을 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 4차원 양파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출신의 위원회 의장은 다른 회원의 반대나 경고를 완강하게 뿌리치고는, 군대의 수소폭탄 폭파실험 때 폭발의 중심부에 그 4차원 양파를 놓기로 하였다.

수소폭탄 폭파실험 날. 학자와 보도진과 온 인류가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는 가운데 초읽기가 시작되었다. 초읽기가 끝나고 폭탄이 폭발하는 순간, 수평선 위에 엄청난 빛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 [4차원 양파 파괴실험]의 결과를 알 수는 없었다. 수소폭탄이 폭발한 순간, 그 막대한 고온으로 말미암아 양파 속에 갇혀 있던 수소폭탄의 몇 백억배라는 엄청난 에너지가 한꺼번에 방출되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지구는 한줌의 재가 되고 말았다.

* * * *

"이런......쯧쯧쯧......"

우주공간에서 관찰하던 우주인 하나가 낙심한 듯이 중얼거렸다.

"털이 없는 녀석들은 털이 있는 녀석들보다 조금은 더 영리한 줄 알았더니...도구를 쓰는 지혜는 조금 발달했지만 결국 마찬가지였군."

"그러게 말이야."

다른 우주인이 맞장구쳤다.

"털이 난 녀석들이나 털이 나지 않은 녀석들이나 똑같아. 그저 죽어라고 벗기기만 할 뿐이군. 그리고 양 쪽 모두 한바탕 난리를 벌린 다음에는 미쳐버리고 마니, 별 차이가 없어."

우주인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바보 같은 녀석들이야, 정말로......털이 있는 녀석들이나 없는 녀석들이나. 왜 그 '초공간구근'의 껍질을 그저 미련하게 벗기기만 하려는지 모르겠군. 그 껍질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결국 알지 못했잖나. 그 구근 하나로 식량문제는 영원히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말이야..."